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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이야기 이모저모 #2 기후정의선언대회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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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이야기 이모저모 #2

기후정의선언대회에서 만나요

/건수
어떻게 첫 문장을 시작할지 오랫동안 고심하다가, “추수의 계절이 왔네요”라는 말을 골라봅니다. 금세 가을이 찾아와버렸기도 하고, 단비님들에게 소개해드릴 기후정의동맹의 수확물도 조금 있는 것 같아서요.
2년 전 출범한 동맹은 한국 기후정의운동의 과제를 진단하며 중장기적 전망과 핵심사업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기후정의선언운동인데요. 동맹이 계획한 대부분의 사업들이 그렇지만, 기후정의선언운동에도 한국 기후정의운동의 상황과 맥락이 깊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제 막 대중운동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한국 기후정의운동이 앞으로 잘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주체와 요구가 바로 서야 할 것입니다. 이를 선언운동을 통해 조직해 보자는 것이 기후정의운동의 취지와 목표라고 하겠습니다.
목표가 다소 무겁긴 해도,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정의를 선언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2년을 떠올려 보면 기후정의선언운동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더군요. 기후정의운동의 주체가 누구인지 생각해 보려니 그보다 먼저 기후정의운동의 현장이 어디인지 답을 내려야 할 것 같고, 기후정의운동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벼려보자 하니 그것과 함께 기후정의운동의 의제로 포괄하는 맥락을 잡아야 할 것 같고, 결국 기후정의운동이란 무엇인지 본질적인 답을 내리지 않고서는 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결코 답할 수 없을 것 같은 중압감이 있었다고 할까요. 이렇게 말을 하고 보니 선언운동 초기 선언운동 가이드북에 넣을 한 페이지 글을 쓰는 일에 머리를 싸매며 몇 날 며칠을 고생했던 일도 떠오르네요.
기후정의라는 말은 참 모호한 것 같습니다. ‘기후정의’는 쓰는 이에 따라서 의미와 맥락이 모두 다르고, 때론 충돌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N개의~’라는 말은 항상 마음에 걸렸습니다. 우리가 기후정의/기후정의운동의 모호함과 추상성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 와중에도 기후정의라는 말의 함의가 복수일 때 발생하는 난점에 스스로 빠진 것은 아닐까 하면서요.
그런 의미에서 N개의 기후정의학교는 여러 갈래의 기후정의를 소개하는 게 아닌, 자신의 현장을 기후정의운동의 현장으로 삼아보고자 하는 탐색과 노력을 공유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N개의~’라는 말에 대한 감각을 달리하는 좋은 계기였습니다. 차별에 맞서 평등을 요구해온 반차별 운동이 기후불평등을 포착할 수 있게 했던 것처럼, 이익중심 산업구조에 착취당한 노동자들이 자본의 자연수탈을 고발할 수 있는 것처럼, 느린 몸이 느릴 수 있는 권리가 곧 오늘의 자본주의 성장체제에 대항할 수 있다는 말처럼, 기후정의는 먼 곳에 있지 않고 바로 우리 곁에 있었다는 통찰을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기후정의선언운동의 여정은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3차례만 남겨둔 N개의 기후정의학교를 마치면 곧바로 12월 16일 기후정의선언대회가 열립니다. 이제 선언문을 쓰고, 발표하는 시간이 온 셈이죠. 기후정의선언운동이 지나온 2년을 떠올려보니 참 많은 고민과 만남의 씨앗을 뿌리고 다녔던 듯합니다. 이제 수확의 계절이 왔습니다. 기후정의운동의 주체를 조직하고, 요구를 구체화하겠다던 선언운동의 결실이 궁금하다면, 아직 끝나지 않은 N개의 기후정의학교에서도, 12월 16일 기후정의선언대회에서도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