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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이야기 이모저모 #1 923기후정의행진, 체제전환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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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이야기 이모저모 #1

923기후정의행진, 체제전환을 향하여~!

/은혜
처음 쓰는 활동이야기라 약간 긴장도 되고, 설렙니다. 올여름과 가을은 923기후정의행진 준비로 가득 채워 보냈습니다. 기후정의동맹은 기후위기비상행동과 함께 6월 24일에 9월 기후정의행진 행진 초기 제안을 했는데요, 제안 단체인 만큼 기후정의동맹의 집행위원 전원이 조직팀, 홍보팀, 기획팀 모두 밀도 있게 결합해 923기후정의행진을 바삐 준비했습니다. 작년보다 한 달가량 늦어진 터라 작년과 달리 올해는 슬로건을 조직위원회의 온라인 투표로 정했습니다. 슬로건이 긴긴 토론 속에서 정해지고 다 같이 손뼉을 쳤던 작년의 기억이 참 좋았었기에, 조금 아쉬웠어요. 정해진 슬로건을 토대로 디자인된 멋진 포스터가 거리와 버스정류장 곳곳에 포스터가 붙여지고, 전국 구석구석 923기후정의행진의 거점공간이 생겨나 SNS에도 활발하게 공유되니 분위기가 물씬 올라오는 것을 느꼈어요! 행진 준비 마지막 주에는 집행위원들이 임시 사무실에 매일 모여 마지막 준비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작년 행진과 가장 두드러진 차이가 있다고 하면 바로 5대 대정부 요구와 14개 세부 요구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년에는 ‘기후정의’를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기후운동의 보편타당한 이야기로 자리매김 시켰다면, 올해는 기후정의를 외치며 모이는‘우리’를 재확인하고, 구체적인 요구를 외쳤습니다. 요구안을 성안해 낸 것은 지난 4월, 기후정의동맹과 중부지역 시민단체들이 함께 초기 제안했던 ‘414 기후정의파업’이라는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정부 세종청사 앞에서, 주중 ‘파업’ 집회라는 것, 그리고 구체적인 요구안을 처음으로 모아내 보았던 큰 도전의 시간이었습니다. 작년 9월, 올해 4월, 그리고 올해 9월 모두 별개의 조직위원회로 구성되고 진행되었음에도 기후정의운동이 연속성을 갖고 이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2022년 924기후정의행진 우리의 요구 (전문 보기 링크)
1)화석연료와 생명파괴 체제를 종식해야 한다
2)모든 불평등을 끝내야 한다
3)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는 더 커져야 한다
2023년 923기후정의행진 5대 대정부 요구 (전문 보기 링크)
1)기후재난으로 죽지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
2)핵발전과 화석연료로부터 공공 재생에너지로,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 실현하라
3)철도민영화를 중단하고 공공교통 확충하여, 모두의 이동권을 보장하라
4)생태계를 파괴하고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신공항건설과 국립공원 개발사업 중단하라
5)대기업과 부유층 등 오염자에게 책임을 묻고,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특히 올해는 철도파업을 계기로  공공교통 의제가 전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작년 9월의 1번 요구인  ‘화석연료, 생명파괴 체제 종식’은 ‘공공 재생에너지,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라’는 대안을 담은 요구로 구체화했고, 핵 오염수 투기 문제를 반영해 핵은 대안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작년 9월의 3번 요구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라’는 대기업과 부유층 등 오염자에게 ’책임’을 묻는 요구와 함께 구성되었어요. 그리고 폭염과 폭우로 반복되는 기후재난과 참사의 반영으로 1번 요구가 등장했습니다.
작년보다 더 구체적인 요구를 만들었으니 기후정의운동이 진전했다고 떵떵거리기만 할 순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정부와 이 체제에 어떤 긴장감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고 냉정히 평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행진은 대부분 매끄러웠고, 행진  2주 뒤인 지난 10월 6일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가속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공단법’마저 국회에서 버젓이 통과되었으니까요. 내년 총선을 앞두고도 우리의 요구가 일말의 우려도 되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한 마음도 올라옵니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겐 단지 선언에 가까운 요구안으로 여겨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많은 중요한 일들이 비로소 멋진 선언과 함께 일어나지 않았나요? (역사를 잘 모르지만 그런 느낌입니다….)
저는 행진 당일 차량에서 사회를 보았는데요, 많은 이들이 천천히 함께 나아가는 긴 행렬의 물결을 마주 보았어요. 그 속에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온 다양한 이들이 한 길 위에서, 서로를 확인하고 작고도 크게 섞이는 만남들도 보았습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시작되는 변화들은 숫자와 같이 정량된 결과만으로 결코 측정할 수 없지 않을까요. 나비의 날갯짓도 태풍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날은 정말 많은 이들이 서로의 피켓과 얼굴과 외침이 뒤섞였잖아요. 평범한 사람들이 거리에 무수히 모여 외치는 힘만이 변화를 만들고, 지금의 부정의한 체제를 바꾸어 갈 수 있다는 걸 요즘 자주 느낍니다! 내년 9월에는 어떤 정세 속에서 어떤 요구를 쥐고 만나게 될까요? 자본과 권력에 뜨겁게 맞붙는 투쟁의 현장이 될 수 있을까요? 그러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더 넓게 만나고 또 치열하면서도 즐겁게 투쟁해 나가야 할 텐데요!
기후정의동맹이 출범할 즈음엔 ‘체제 전환을 향한 기후정의동맹’이란 풀네임을 떠올리면 물음표가 먼저 떠오르고, 사실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체제전환? 역사책에만 나오는 대단한 일 아닌가.. 싶었지요. 동맹 활동을 해나가며, 커다란 체제를 단숨에 바꾸려면 우선 커다란 체제를 구성하는 여러 체제를 하나하나 뽀개나가야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일례로 기후정의동맹이 집중하고 있는, ‘에너지 체제 전환’은 에너지 체제 전환이라는 구호를 통해  ‘노동자의 고용보장’, ‘재생에너지 전환’, ‘ 발전 부문의 공공성’ 등 에너지 부문에 산재해 있던 요구들과 주체들이 하나로 뭉쳐 함께 싸울 수 있는 공간과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당장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2~3년 내로 앞두고, 대량 해고가 예고되어 있어요. 2002년 발전 부문의 민영화를 투쟁으로 막아냈듯, 이번에 예고된 대량 해고를 막아내고, 또 나아가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의 정의로운 전환과 함께 재생에너지를 공공 중심으로 전환하고, 에너지를 누구나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본권으로 만들 에너지 체제 전환 투쟁! 떠올리면, 커다란 체제전환의 도미노를 일으키는 멋진 싸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체제전환을 떠올릴 때 이제 막연함보다는 주먹이 불끈하는 이유는 아마 현장에서 싸우는 이들을 직접 만나며 관계맺고, 요구가 구체화되는 장면들을 목격하고, 또 그순간들에 함께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924 ,414, 923을 거치며 정말 많은 분들을 든든한 나의 동료라고 기쁘게 말할 수 있게 되기도 했구요.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의, 그리고 저의 든든한 동료 단비 여러분! 다시 한번 반갑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