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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이야기 이모저모 #7 정의로운 전환을 향한 한국 최초의 노동자 기후파업, 발전HPS 지부 파업투쟁 현장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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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이야기 이모저모 #7
정의로운 전환을 향한 한국 최초의 노동자 기후파업, 발전HPS 지부 파업투쟁 현장에 가다!
/최종현
지난 5월 28-29일,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 소속 석탄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이 부산 남부발전 본사 앞에서 이틀간 경고파업을 벌였습니다. 2026년 한국남부발전 하동화력발전소 1·2호기 폐쇄가 임박한 가운데, 노동자들은 발전소 폐쇄에 따른 조합원들의 고용보장과 정규직 전환을 파업의 핵심 요구로 삼았습니다. 발전HPS 파업은 한국 최초로 정의로운 전환 요구를 전면에 내건 파업이자 자본주의 체제가 만든 기후재난으로 고통받는 모든 노동자를 대변하는 투쟁입니다. 그 의의에 부응하듯, 이번 파업에는 기후정의동맹을 포함한 40여개 기후정의·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연대자로 함께했습니다.
파업 1일차에는 기후정의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분임토론을 진행했습니다. 토론 준비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말을 하지 않는’ 상황을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당일 현장 토론의 분위기는 금세 달아올랐습니다. 조합원들은 ‘발전소 폐쇄와 고용위기’, ‘파업 요구안에 대한 생각’, ‘기후위기와 정의로운 전환’, ‘앞으로의 과제’ 등 여러 주제에 대한 각자의 의견과 느낌을 진솔하게 이야기했습니다. 무성의한 고용보장 대책,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남부발전 원청에 대한 성토부터 시작해 하동, 보령, 삼천포 등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임박한 지역에 정의로운 전환 투쟁을 확대해나갈 필요성까지. 토론에 촉진자로 참여한 20여명의 기후정의 활동가들은 기후정의운동의 가치와 원칙들이 고용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되고 이해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파업 2일차에는 부산 시내를 통과하는 발전노동자행진이 힘차게 전개되었습니다. 행진에는 파업대오 뿐 아니라 발전HPS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발전노조, 일진파워, 금화PSC, 한전발전기술, 한국KPS하청지회 등 발전 원하청노동자, 기후정의-시민사회 활동가들이 함께했습니다. 부산 남부발전 본사에서 시작해 부산 최대의 번화가 서면까지 이어진 행진을 통해 남부발전 원청이 총고용 보장을 책임지는 정의로운 전환, 기후정의 실현을 향한 요구를 부산 지역사회에 선명하게 알렸습니다.
치열하게 펼처진 분임토론과 공동대오 구성의 경험은 남부발전에 맞선 당면한 투쟁 앞에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총고용보장’이라는 핵심 요구가 어떻게 제기/조직될 수 있을지, 사회적인 지지와 연대를 조직하기 위해서 어떤 활동이 필요할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었습니다. 현장 노동자들과의 지속적인 교류/교육 프로그램, 더 많은 시민들이 기후정의/정의로운 전환 운동에 함께하도록 만들기 위한 언어와 의미의 확장 등, 다양한 전략-전술의 상과 방향이 논의되었습니다. 자칫하면 잠깐의 참여로 스쳐 지나갈 수 있는 투쟁의 현장은 노동자와 기후정의 활동가들의 교류를 매개로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기후정의운동의 동지로 수용하는 연대의 공간으로 한 차례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발전노동자들이 ‘정의로운 전환’을 자신들의 과제로 여기고 파업의 핵심 요구로 삼기까지의 과정은 하루아침의 결과물이 아닙니다. 2018년 태안화력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기점으로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가 만들어낸 발전공기업 간접고용 구조와 ‘죽음의 외주화’가 전사회적 화두로 오른 가운데, 발전 원-하청노동자의 단결 속에서 펼쳐진 투쟁은 안전하고 존엄한 삶과 일터를 쟁취하기 위해 반드시 제기되어야 할 원청사용자책임, 비정규직 철폐라는 운동적 원칙을 확립했습니다. 화석연료 산업에 기생하며 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이윤을 쌓아온 민간 발전기업의 행태는 “정부와 원청 남부발전에 고용보장을 요구하라”, “자신들이 수주한 민간 발전소에서 일하려면 연봉을 삭감해야 한다”며 16차례에 걸친 교섭 과정 내내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자신들의 책임을 부정해온 발전HPS 사측의 행보를 통해 다시금 반복되고 있습니다.
2019년 이후 기후정의운동의 급격한 성장 속에서 발전비정규직 노동자와 기후정의운동은 정부의 무책임한 탈석탄 정책에 맞서 ‘정의로운 전환과 총고용 보장’을 함께 주장했고,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중요한 가치/원칙을 한국사회에 널리 알려냈습니다. 2023년 ‘923 기후정의행진’, 2024년 3월 30일 태안에서 열린 ‘정의로운 전환을 향한 충남노동자행진’을 통해 발전노동자들은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구체적인 대안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조직하고 있습니다. 독일, 폴란드 등지에서 고용위기를 맞은 탄광,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이 ‘고용보장’이라는 쟁점에 갇히며 기후정의운동과 연대를 구축하지 못하고, 그 결과가 실제 탈석탄/화석연료 정책의 후퇴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중요한 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전히 미약한 투쟁과 연대운동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발전HPS 파업은 ‘정의로운 전환’을 공허한 문구가 아닌, 구체적인 요구와 투쟁으로 만든 싸움이라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습니다. 발전HPS 파업은 동시에 이틀간의 경고파업으로는 꿈쩍조차 하지 않는 남부발전 원청의 태도를 확인한 싸움이기도 합니다. 이틀간의 경고파업을 넘어, 더 크고 위력적인 투쟁을 모든 노동자민중과 기후정의운동이 창출해낼 수 있을 때, 온전한 정의로운 전환은 실현 가능할 것입니다. 더 넓은 지역, 업종으로 정의로운 전환 운동을 확장하고 뿌리내리는 길에 기후정의동맹이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