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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이야기 이모저모 #5너의 투쟁은 나의 투쟁이었어 -  330충남노동자행진을 마치고

Date
2024/04/15
동맹이야기 이모저모 #5
너의 투쟁은 나의 투쟁이었어 -  330충남노동자행진을 마치고  /은혜
“기후위기로 많은 생명, 많은 동물들이 죽어갑니다. 그러나 저도 죽어갈 수 있습니다. 여기 비정규직 노동자, 발전현장 노동자들이 죽어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족을 잃을 수 있고 자기 삶을 잃을 수 있다- 이것을 좀 꼭 기억해주십시오.”
2021년 11월 ‘탄중위 해체 공대위’(기후정의동맹 전신)가 주최했던 ‘기후정의버스’를 타고 갔던 태안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발전 비정규노동자 송상표 동지의 이 절박한 호소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그간 발전소의 노동자들이 어디로 가야할지를 이야기하지 않은 채 외쳤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그리고 고민없이 관성적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이야기한 외침들이, 그 자체로 발전노동자에게 삶을 위협하는 위협적이고도 원망스런 목소리였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피부로 느낀 날이었습니다. 2021년 10월에는 삼천포 발전소의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발전소 내에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뉴스로 전해 듣기도 했습니다. 퇴근하면 이직을 준비하려 영어와 한국사 공부를 하셨다고 합니다. 발전노동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접하며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말이 수사적 표현이 아니었다는걸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일터와 삶터의 위기에 맞서 발전노동자들은 서로를 조직하여 ‘석탄발전은 멈춰도 우리 삶은 멈출 수없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330 충남노동자행진’을 제안했습니다. 고 김용균 동지를 애도하기 위해, 그리고 서로를 지키기 위해 힘차게 투쟁해 온 발전 노동자들은 이제 정의로운 전환과 더불어 모든 이의 존엄과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라고, 지역사회 쇠퇴를 저지하고 지역주민의 생존권을 보호하라고, 차별과 불평등을 철폐하라고, 시민들의 에너지산업의 통제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합니다. 1만 명의 발전 노동자가 해고 위기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발전소를 폐쇄하라’고 단결하여 외치기까지 얼마나 기나긴 어려움이 있었을지, 미처 헤아리기 어렵기에 가슴 깊이 뜨거워집니다.
330충남노동자행진 요구
1.
기후재난으로부터 노동자와 농민, 시민의 일과 삶을 지키고, 모두의 존엄과 안전, 생명을 보장하라.
2.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에너지 불평등의 대안으로, 에너지 민영화가 아니라 노동자와 농민, 시민이 통제하는 공공재생에너지를 확대하라.
3.
탈석탄 지역 발전 노동자 모두의 노동조건 후퇴 없는 총고용을 보장하고, 발전 비정규직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4.
탈탄소 전환 과정에서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라.
5.
탈석탄 지역사회의 쇠퇴를 저지하고 주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라.
6.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수립과 실행 과정에서 전환의 ‘주체’인 노동자와 농민, 시민의 실질적인 권한과 에너지 산업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보장하라.
7.
기후위기, 노동위기, 경제위기로 심화되는 차별과 불평등을 철폐하라.
330충남노동자행진을 위해 2년 3개월만에 태안에 갔습니다. 21년에는 터미널 앞에서 집회를 하고 바로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3일 전 미리 내려가 함께 퍼포먼스용 피켓도 만들고 바람개비 물품도 만드는 둥 이런 저런 실무의 품을 나눴습니다. 발전노동자 동지들은 근무가 끝나고 ‘바람처럼’ 공연 연습을 위해 급히 저녁 식사를 한 뒤 사무실에 모이곤 했습니다. 전국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외치기 위해 태안으로 모일 동료 시민들을 위해, 해본 적 없어 영 곤혹스런 합창공연의 어색함을 견디시는 모습들을 옅보았네요. 참, 330 서울조직팀활동도 겸했는데요, 근형 해미 형욱 종현동지와 현란한 팀웍을 발휘하여 1달 남짓한 시간동안 설명회, 상영회, 기자회견 등 부지런히 열어냈어요. 그 결과! 목표였던 4대를 초과해 버스 5대를 조직하고서 3월 30일만을 기다렸답니다.
3월 30일 당일, 수도권, 충북, 세종, 대전, 부산, 광주 등 전국에서 7-800명이 모였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전국에서 충남, 태안으로 모인 첫 집회이기에, 기후정의운동의 역사를 쓴다면 방점이 찍힐만한 중요한 행진이었습니다! 이 행진을 함께 준비할 수 있어 참 신나고 설랬더랍니다. 또한 ‘공공재생에너지를 확대하라’는 외침이 발전노동자의 주요 요구로 등장한 첫 집회이기도 했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다양한 이들이 발전노동자와 함께 ‘공공재생에너지’를 막 외치는데,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커다란 투쟁들이 떠올라 조금 아득하면서도 동시에 불끈 불끈 힘이 났던 것은 비밀입니다.
태안으로 가는 서울참가버스에서는 서로를 소개하며 왜 충남노동자행진에 가는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저희 버스에서 한 참여자는 이 체제가 자신을 서울에 사는 전기 소비자로만 위치시키지만 발전노동자의 일자리, 에너지 체제의 문제는 기후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싸움이기에, 나의 문제라 생각해서 참여한다고 하셨어요. 듣는데 눈물이 저도 모르게 찔끔 나서 당황했어요. 너의 투쟁은 나의 투쟁이라는 말 같았고, 이 말은 항상 좀 울컥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결코 제가 눈물이 많다거나 이 표현이 낭만적이서가 아닙니다! 우리가 싸워야할 이 체제의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고, 또 이에 맞서 함께 힘껏 싸우겠다는 고백처럼 들리기도 하고 그렇단 말이죠..ㅎㅎ
3월 30일, 정의로운 전환과 공공재생에너지를 함께 외치면서 태안 시내를 힘차게 행진했지만, 이날 모였던 ‘우리’ 안에도 아직 만나고 설득해야할 부분들, 정교하게 다듬어가야 할 과제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정의로운 전환과 공공재생에너지 투쟁을 힘차게 한 걸음 내딛었다는 의미를 깊이 나누고 싶습니다. 정의로운 전환 투쟁이 모두의 투쟁이 될 수 있도록, 전국이 들썩이는 힘찬 투쟁으로 에너지 체제를 아주 제대로 뒤엎을 수 있도록! 신발끈을 단단히 동여매야겠습니다. 330 서울조직팀 동지들과 함께 지은 ‘정의로운 전환쏭’ 가사로 마무리할게요. 둘리 노래의 가락에 맞추어 부르면 된답니다.
330 충남노동자행진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쏭 by330서울조직팀 (1절) 요리보고 조리봐도 음음~ 정의로운 전환~전환~ 330에 모여서 동지를 만났다네 일터 삶터 모두 다 우리가 지킬래 노동자 지역주민 함께 사는 전환을 아아~ 아아~ (후렴x2)우리가 해내자 정의로운 전환을 공공 재생 에너지 우리의 힘으로!
(2절) 기후위기 돌파해낼 음음~ 정의로운 전환~ 전환~ 이제 정말 끝내자 에너지 민영화를~ 바람과 태양은 모두의 것이야 공공 재생 에너지 우리 함께 만들자 아아~아아~ (후렴x2)우리가 해내자 정의로운 전환을 공공 재생 에너지 우리의 힘으로!
함께해요 ! 330 충남노동자행진 서울 집담회
태안에는 왜♪갔니 왜♪갔니 왜♪갔니 가봤더니 어♪땠니 어♪땠니 어♪땠니
일시 : 4월 24일(수) 저녁 7시
장소 : 당인리교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길 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