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이야기 이모저모 #19
김충현 협의체, 합의 이 후
조건희(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김충현 협의체에서 합의한 내용, 그 한계와 과제
2025년 6월 2일,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선반 작업을 하던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그의 죽음은 발전소 내 여전히 만연한 위험의 외주화 구조를 드러냈습니다. 그의 죽음을 안고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구성되었습니다. 대책위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포함, 발전소 폐쇄 국면 발전 5사 및 한전KPS로의 직고용,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내걸고 싸워왔습니다. 투쟁의 중간 결과로 “고 김충현 사망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협의체”(이하 협의체)가 구성되었습니다. 정부(국무조정실·기후에너지환경부·노동부·재정경제부)와 대책위 측 위원들로 구성된 협의체는 2025년 8월 13일~2026년 1월 31일까지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용산 대통령실과 청와대 노숙농성, 피켓팅, 집회 등 지난한 투쟁 끝에, 협의체는 크게 세 가지를 합의했습니다.
우선 발전산업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개선한다는 취지 아래, 한전KPS 하청 노동자 전원을 한전KPS로 직접고용하기로 했습니다. 세부적인 직제와 처우는 노사전협의체로 이월하여 결정하되, 한전KPS에 동종, 유사 업무가 있는 경우 해당 직제를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로 발전소 폐쇄로 인해 연료 환경 하청 노동자, 민간 경상정비업체 하청 노동자, 발전 5사의 자회사 소속 노동자 등에게 고용불안이 발생함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고용 안정성 확보를 위해 노·사·전·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 기구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해당 방안을 "2040년 석탄발전 전환 로드맵",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기본계획", "제2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 등에 반영토록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세 번째로 연료 환경 운전 분야의 1차 협력업체 노동자에게 노무비를 전용 계좌로 지급하고 이를 정산하는 방안을 발전사가 마련하며, 정부가 이를 점검·관리하기로 했습니다.
협의체 합의안은 한편으론 의미가 있지만, 수많은 한계 역시 존재합니다. '별정직' 등 무늬만 직접고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협의체 합의사항으로 넣고자 했으나 그러지 못했습니다. 또한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자회사나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발전 5사가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대책위는 주장했지만, 정부는 이를 받지 않았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이후 대체 건설될 풍력 및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 투자와 개발을 공공부문이 주도하고, 이를 통해 창출되는 일자리에 노동자들을 전환 배치해야 한다는 요구에도, 정부는 민간 기업과의 경쟁이나 공정거래법 위반을 명분으로 반대했습니다.
비정규직 없는 발전소, 공공이 주도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곧 정의로운 전환
협의체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발전소 노동자를 만났습니다. 폐쇄를 앞둔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이미 폐쇄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노동자들의 상당한 불안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발전소에서 일하다가 폐쇄로 인해 해고된 후 들어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비정규직 철폐와 재생에너지로의 공적 전환이라는 우리의 요구가 옳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합의 이후, 현재까지 이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측은 협의체 합의안에 대한 설명회조차 비협조적으로 굴었습니다. 정부는 한전KPS 사측과 정규직 노동자의 반발을 명분삼아 노사전협의체를 아직도 구성하지 않았습니다. 발전소 폐쇄에 따른 대책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 기구 역시 구성하지 않았습니다. 김충현 중대재해 이후 노동부, 서부발전, 한전KPS, 하청노동자들이 참여하여 현장 안전 관련 대책을 논의하던 TF 역시 KPS 사측이 일방적으로 중단했습니다. 하청노동자 27명 중 22명을 단기 노무원으로 일방적으로 전환한 후, 이들에게 발전소 폐쇄를 명목으로 계약 해지를 예고한 한전KPS 하동사업소의 사례처럼, 폐쇄에 따른 고용불안과 해고 역시 자행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현장에서 발전소 폐쇄를 명목으로 언더(Under) TO로 인원을 운영하고 있고, 이에 따라 노동강도는 강화되고 있습니다. 폐쇄 과정에서 추산된 유휴 인력보다 정년퇴직자가 많을 경우, 그 수만큼 신규 채용해야 하지만, 잘 되고 있지 않습니다.
발전소 내 다단계 하청 구조는 여전히 견고합니다. 이는 현장 안전대책 논의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고, 그 결과 노동재해와 중대재해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김충현 사고 이후에도 동해화력발전소, 울산화력발전소, 한전KPS 인도사업장 등에서 중대재해는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이처럼 현장 노동자들이 주체가 된 발전소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정부는 2038년까지 40기의 석탄발전소를 폐쇄할 예정입니다. 협의체 차원에서 진행한 전수조사 결과에 기초할 때, 폐쇄에 따라 일자리를 잃게 될 발전 비정규직은 4,307명입니다. 이중 정년퇴직자 대체를 위한 신규 채용 필요 인원 944명을 포함, 2038년까지 2,908명의 일자리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우리는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폐쇄에 따른 고용과 삶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협의체에서 추산한, 한림 해상풍력의 고용 계수를 이용하여 발전공기업들의 해상풍력 사업계획에 따른 운영관리 필요 인력 규모는 3,861명입니다.
하지만 민간 기업이 기술력을 독점한 채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재생에너지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재생에너지 사업장에도 다단계 하청 구조는 공고합니다. 오히려 더욱 영세한 형태로 경상정비 등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2026년 3월 23일 영덕 풍력발전소에서 화재로 인해 외주업체 노동자 3명이 숨진 중대재해가 이를 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든 재생에너지발전소든 무엇이 되었든, 전기 생산에 노동자의 피를 요구하는 일자리를 거부해야 합니다.
6월 13일 창원에서 발전노동자 대행진이 준비 중입니다. 6월 13일, 창원에서 모입시다. 변화를 만들어 온 힘을 더욱 크게 결집시켜, 노동자의 위험 작업 거부가 당연한 일터, 전기 생산에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 일터, 비정규직 없는 일터를 함께 만들어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