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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단·소 #10 남태제 단비님을 소개합니다.

사진 : 김성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남태제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와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구요, 지금은 새알미디어라는 독립 미디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새알미디어는 기후정의와 환경정의, 생태적이고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며 현장 이야기를 전하는 영상 기반 미디어입니다.
다양한 현장에서 카메라를 든 태제님을 자주 만나는데요, 언제부터 카메라를 드셨나요?
다큐멘터리 영상제작을 시작한 것은 29년째예요. 다큐멘터리를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시작했어요. 전공은 국문학으로, 국문학 연구를 하려고 했는데 다큐멘터리 쪽으로 마음이 더 많이 가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간 독립영화와 방송 등에서 두루두루 영상 작업을 했었어요. 새알미디어를 시작하기 전에는 뉴스타파라는 독립언론에서 '목격자들'이라는 탐사보도 다큐를 5년 동안 독립PD로서 연출했습니다. 핵발전, 4대강, 환경 이슈를 다루고, 또 노동 문제도 다루고 하다 보니, 환경 문제와 노동 문제, 민중의 삶이 동떨어진 게 아니란 걸 현장에서 많이 느끼게 되었어요. 그런데 환경 문제를 다루는 영상들이 환경을 우리 삶과 별개의 이야기처럼 다루는 경우가 많잖아요. ‘자연생태계’만 보여준다든지,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 개선 차원에서 다뤄지곤 하는데, 저에겐 그런 문제가 아니라 ‘불평등’의 문제이자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 구조의 문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생태환경 문제와 불평등의 문제를 하나로 연결해서 이야기하는 미디어 활동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독자적으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부산에서 시민사회 운동을 하던 강언주 활동가와 의기투합이 되어 새알미디어를 하게 되었어요. 2023년 9월,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 문제가 있었는데 관련 심층 분석하는 토크 영상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국문학 연구에서 다큐멘터리로의 전환! 20대 청년 시절이실 텐데요, 당시 고민이나 계기가 기억나실까요?
국문학 연구할 당시에는 동유럽 사회주의권이 붕괴하던 시기였어요. 1990년대 초중반 이야기예요. 동독이 무너지고 90년 통일되고, 소련이 무너진 게 92년인가 그렇잖아요. 그 무렵… 민중문학과 좌파적인 예술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았는데, 급변하는 사회와 함께 그쪽 문화권에서도 무너지는 시기를 바라보며 좌표로 삼던 목표가 혼란을 겪은 거죠.
일종의 사조일 수도 있는 문학 연구, 문화 연구, 프롤레타리아 문화예술 연구에 관심이 많았어요. 카프 프롤레타리아 예술동맹, 해방 직후 좌파적인 문학예술운동 이런 것들에 대한 연구가 많이 되고 있었고 연구 가치도 높게 평가받았는데, 사회주의 붕괴와 함께 마르크스/레닌주의 철학 이런 것들이 당시 해체되는 과정을 겪고, 서구에서 막 밀려들어오는 새로운 사조와 사상, 포스트모더니즘, 욕망 이론, 기호학 이론, 해체주의 등이 밀려들어오면서 기존의 패러다임이 붕괴되고 엄청 큰 혼란이 있었던 거죠. 제가 유연하지 못해 그랬을지 몰라도 포스트모더니즘적 조류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아요.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사상과 사조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것을 보며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현실을 받아들이는 도구로서는 카메라/영상이라는 게 어쩌면 더 진실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요.
다음 질문입니다. 긴 시간 기록 활동을 하시며 혹시 기억에 남는 의미 있는 순간 있으신가요?
많이 있는데, 지금 딱 떠오르는 장면을 두 가지 들어볼게요. 2010년도에 초등학교에서 ‘고무다라’에 논을 만들어 벼농사를 하는 '학교논' 활동이 시작되었어요. 그때 처음 충남 홍성 지역에서 유기농업 하는 분들이 대전 지역 초등학교와 연계해서 시작했는데, 그때 어린이들이 함께하는 벼농사 다큐멘터리를 찍었어요. 당시 오리농법이라는 유기농법이 있었는데요, 모 심은 데 오리를 넣어주면 제초도 하고 벌레도 잡아먹고 하는 거예요. 오리농법 체험을 하던 어떤 어린이가 손에 오리 똥을 보여주며 ‘오리가 손에 똥을 쌌어요, 냄새도 안 나요’라며 너무 신기해하더라고요. 손에 오리 똥 냄새를 맡으며 웃는 그 장면이 너무 인상 깊었어요. 처음에는 흙을 밟고 논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를 무서워하던 어린이들이 맨발로 들어가서 모내기도 하고 오리 똥도 만지고, 냄새를 맡아보라며 주변에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면서,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자연 생태계를 있는 그대로 만나는 모습을 본 거죠. 저에게는 그 장면이 자본과 과학기술의 지배를 받는 삭막한 도시 문명으로부터 어떤 전환이 이뤄질 수 있겠다, 상징적으로 느껴졌어요. 생태적 전환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이런 생각을 갖고 계속 활동해 나갈 수 있는 영감을 준 장면입니다.
다음으로는 작년에 새알미디어에서 ‘생명의 편에 선 당신에게’ 촬영 중 떠오르는 장면이 있어요. 지역 개발 문제, 환경 문제로 싸우는 지역의 활동가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하고 촬영한 시리즈거든요. 직업적 활동가가 아니라 지역과 환경을 지키고자 싸움에 나서게 된 주민분들을 몇몇 지역에서 만날 수 있었어요. 특히 홍천에서 만난 주민분들 기억에 진짜 많이 남아요. 작년이라 생생하기도 하고요. 홍천에 한국수력원자력이 양수발전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주민분들이 이에 맞서 싸우고 있어요. 양수발전소 건설을 하려는 부지가 100년 이상 된 잣나무 숲인데요, 이 숲에서 나오는 잣으로 대부분 마을 주민의 생계를 유지하거든요. 그 잣나무 숲에는 동물도 굉장히 많이 살아요. 법정보호동물도 많고요. 양수댐이 지어지면 삵이나 담비, 수달 등의 서식지도 파괴됩니다. 이를 반대하며 싸우는데, 싸우는 분들이 다 70대 이상 노년이에요. 가장 막내가 무려 64세 총무님이세요. 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7년간 싸우고 계시더라고요. 이 양수발전소를 홍천군수가 거부하면 막을 수 있는데, 주민이 대화하자, 토론하자, 만장일치로 결정하자 제안하는데 피해 다니고 있죠. 홍천군수에게 '양수댐 허가를 취소하라'고 매주 군청 앞에서 시위하고 집회를 하며 싸우고 계신 모습이 뭐라 해야 하나… 힘이 되어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어요. 집회나 기자회견 하실 때 찾아뵐 수 있으면 찾아뵙지만,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아요. ‘생명의 편에 선 당신에게’ 영상을 열심히 만들었는데, 그 영상이 큰 힘이 되었다고 이야기해 주셔서 보람이 되었죠.
[생명의 편에 선 당신에게 3] 풍천리 주민 이창후 허순이, 양수발전소 반대투쟁 7년의 이야기 - 100년 된 잣나무숲, 야생동물, 마을공동체 모두 지키고 싶어요
" 애초부터 시작할 때 그랬습니다. 시작을 하면 끝을 맺어야 된다. 끝날 때까지 싸운다. 그런 목표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추오도 변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우리 고장을 지키기 위해서 끝까지 계속 싸울 겁니다."(이창후) "여러 군데를 다녀봤어요. 집회 현장에도 가보고 그랬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고통 받고 옳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손가락질을 당하더라고요. 우리는 정말 옳은 일이에요. 남들은 이렇게 용기가 없어서 못 해요. 우리는 용기 있는 자거든요. 바르게 살고, 옳은 길로 가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막아내는 정당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끝까지 기운 잃지 마시고 함께 같이는 못 있어도 마음은 늘 같아요. 똑같아요.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응원 받고 있고요."(허순이) 가리산과 그곳에 깃대어 사는 생명들과 평화롭게 살아온 홍천 풍천리 주민들이 7년째 양수발전소반대를 외치며 싸우고 있습니다. 잣나무와 야생동물들, 이웃과 함께 그저 살던대로 살고 싶다는 간절한 주민들의 이야기, 전국 곳곳 난개발에 반대하며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연대의 이야기를 새알미디어가 전합니다. 🕊 생명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홍천 풍천리 주민들과 함께 해주세요 #홍천양수발전소 #홍천양수발전소백지화 #홍천풍천리 #가리산의생명들 #양수발전소백지화 #홍천군송전탑반대대책위 #풍천리양수발전소건설반대위원회 #생명편 #생명의편에선당신에게 #새알미디어 - 기획 제작 : 새알미디어 - 제작지원 : 숲과 나눔 재단 풀씨 12기 지원사업 - 출연 :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 주민 허순이, 이창후님 - 도움주신 분들 : 박성율 목사(풍천리 양수발전소 반대대책위) 최형미(작가, 여성학자) - 프로듀서 디자인 : 강언주 - 촬영 편집 : 남태제
또 기억나는 순간이 있는데, 거제도 노자산 골프장 반대 투쟁 주민들이 몇년간 노력해서 결국 환경영향평가가 거짓이었다는걸 밝혀냈어요. 후속 취재 해서 탐사보도를 준비중에 있어요.
정의로운 전환 투쟁 다큐멘터리 촬영중이지요. 수년이 걸리는 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신데, 소개해 주시겠어요?
저희가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 연대와 함께 작업하고 있고, 녹색연합,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두 개 단체가 제작에 함께 하고 계십니다. 새알미디어에서는 2023년부터 정의로운 전환 시리즈를 계속 만들며 발전 노동자를 만나고 있었는데요, 2023년 4월 세종시에서 기후정의파업할 때 처음 만났었잖아요. 그때부터 촬영을 해온 거죠. 3년간 석탄화력발전소가 단계적으로 폐쇄되는데, 정부에서는 고용 대책, 전환 대책 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이라는 걸 통해서 공공재생에너지로 전환 방향을 마련하자 하는 운동이 생겨나고 있고 노동자들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데, 실제로 폐쇄 과정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과 변화들 속에서도 노동자들이 전환의 대안을 마련하고 투쟁에 나아가는 과정을 담아보자 하는 취지로 작업 중입니다. 대안적 전환이 만약 실패하게 된다면 노동자가 어떻게 그 후 과정을 겪어나갈 것인가도 있는 그대로 기록할 것입니다. 기록적 가치가 굉장히 클 것이고, 싸움의 과정을 공유함으로써 정의로운 전환 운동에도 기여할 수 있을것이다, 이런 목적의식을 가지고 시작했어요. 3년간 촬영하고 1년간 편집하여 4년 후 결과물을 내는 것이고, 매년 1년 단위로 중간 정리를 하는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1년 차였던 지난 2025년도에 엄청난 일들이 많았잖아요. 김충현 노동자가 돌아가시고 대정부 협의체가 만들어지고, 한전KPS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화 및 폐쇄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지금까지 계속 싸우고 있죠. 공공재생에너지 운동도 5만 입법 청원에 성공하고 법안 발의까지 가게 되었잖아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기록하다 보니 촬영을 100회 넘게 했어요. 이걸 정리를 좀 하고, 발전소 폐쇄에 맞서 싸우는 비정규직 이야기, 한전KPS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더 많은 사회적 지지를 위해 여론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뉴스타파 '목격자들'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하기로 했습니다. 2025년 1년간의 이야기가 2월 초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촬영을 하며 매년 중간 보고 작업 결과물을 내놓는게 만만치 않은 작업일 텐데요.
혼자만 하는 건 아니에요. 강언주 공동대표가 프로듀서로 작업 총괄을 하고 있고, 제가 책임 연출을 맡고, 작업을 함께해 주는 동료 감독들도 있어서 힘이 돼요. 한창 마무리 작업 중입니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1년간의 투쟁 기록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2월이 기다려집니다! 다음 질문입니다. 기후정의동맹을 어떤 마음으로 후원해주고 계신가요?
많이 가진 사람들, 자본은 나름대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다 마련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똑같이 기후위기를 말하는데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다고 느꼈어요. 이건 본능적인 감각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기후위기 대응 운동이라는 게 ‘탄소 감축’ 숫자에만 집중되는 흐름에 대한 반감이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기후정의’를 내걸고 민중의 삶과 생명을 지키는 관점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해야 한다, 기후 불평등 해결과 기후정의를 위해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을 바꿔야 한다, 기후정의동맹이 들고 나오셨잖아요. 그렇기에 당연히 지지할 수밖에 없고 ‘우리 편이다’라고 느꼈죠. 저도 제 할 일을 열심히 해야 하니까 활동에 직접 동참할 수는 없고, 여력이 없어서 최소한의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항상 만나며 협력하면서 하고 있고요. ‘당연히 해야 하는 거다’라는 생각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며 하고 있습니다. 후원은 몇 군데 하는데, 기후정의동맹이 제일 먼저였던 것 같습니다.
말씀이 큰 힘이 되어요. 2월에 상영회를 기다릴게요 ㅎㅎ 마지막으로 해 주실 말씀이나 궁금한 점 있으시다면?
기후정의동맹이 열심히 활동을 하시는데, 요즘은 ‘연대 활동’을 많이 하셔서 그런 걸까, ‘기후정의동맹’이라는 이름은 많이 못 듣는 느낌이 좀 있어요. 기후정의행진 조직위나 공공재생에너지 연대에 가면 다 은혜님이나 기후정의동맹 분들을 보기는 하는데, 기후정의동맹이 드러나는 독자 활동을 못 보는 것 같아요. 이거는 왜 그럴까 싶은 느낌이 있는데, 저도 아는 분들이 많지는 않고 은혜님을 주로 뵙다 보니까… 사실은 인터뷰하면서도 기후정의동맹을 잘 몰랐다는 생각도 듭니다. 뉴스레터를 잘 챙겨볼게요.
2025년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 기록 영상 막바지 작업으로 바쁘신 와중에도 귀한 시간 인터뷰해 주신 남태제 단비님, 감사합니다!
새알미디어의 🪺둥지기금 마련 캠페인 -기후·환경위기의 시대, 삶과 생명을 지키는 새알미디어의 이야기가 계속 기록되고 확산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세요! (http://parang.or.kr/?p=7966)
모금기간: 2026년 1월 5일 ~ 2월 6일
모금목표: 1,000만 원
후원계좌: 부산은행 113-2017-0406-01 (사단법인 부산인권플랫폼 파랑)
기부금영수증 발급이 가능합니다.
문의: 강언주 010-9069-4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