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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이야기 이모저모 #6 ‘다시타는 밀양 희망버스’, 에너지 체제전환의 연대를 너르게 다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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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이야기 이모저모 #6
‘다시타는 밀양 희망버스’, 에너지 체제 전환의 연대를 너르게 다지다
/은혜
밀양의 탈송전탑 투쟁. 당시 저는 밀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까맣게 몰랐습니다. 밀양 행정대집행 10년을 맞아 ‘다시타는 밀양 희망버스‘ 제안서를 받고 나서 ‘밀양-전기,서울’ 책과 탈탈낭독회를 통해 밀양의 투쟁을 접했습니다. ‘다 죽이고 공사해라’는 현수막의 결의대로, 삶터를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진 할매 할배들의 강력한 저항. 이에 감응해 온 사회가 달려간 투쟁. 2014년 6월 11일, 농성장을 지키기 위해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맨몸에 쇠사슬로 자신들을 묶었지만, 기어코 경찰은 그 몸들에 절단기를 들이밀고 강제해산을 집행했습니다. 그토록 과격한 폭력이 이루어졌던 이유는 아랍에미리트에 원전 수출을 하기 위해선 밀양 송전선로를 통해 신고리3호기가 가동되어야 했기 때문이라는 게 드러났습니다. 즉 이윤을 위한 폭력이었습니다.
‘밀양-전기, 서울’ 책은 경찰의 물리적 폭력만큼이나 공동체에 가해진 보이지 않는 폭력을 소상히 전해주었습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이 밀어부치는 일은 항상 일사천리입니다. 공권력의 비호를 받는 한국전력이 돈을 이용해 마을에 벌였던 행위는 마을주민의 일상을 파괴함과 동시에 공동체를 찢어놓았습니다. 평생 농사를 지어온 농부는 밭을 버렸고, 평생을 형제처럼 지내온 이웃사촌들을 인사도 하지 않는 사이로 갈라놓았습니다. 오랫동안 이어왔던 마을 잔치와 모임 역시 중단되거나 쪼개졌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많은 소송을 치르고 있다고 합니다. 탈탈낭독회 현장에서는 밀양과 청도에서, 장흥과 인제 등 먼 온 이야기 손님들이 오셨습니다. 각각이 경험한 국가의 폭력은 서로 참 닮아있었습니다.
살아가는 거의 모든 영역을 연결하는 에너지는 기본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에너지를 필요가 아닌, 거대한 부를 위한 수단으로 접근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요금만 내면 마음껏 써도 되는 무한한 물질로 여기기도 합니다. 에너지를 위해 지역의 주민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상처가 이토록 깊다는 것을 안다면, 결코 그래선 안 될 일입니다. 밀양의 투쟁은, 그동안 소리 없이 벌어지던 에너지 체제의 국가폭력을 온 세상에 꺼내놓았습니다. 과밀한 수도권의 폭발적인 에너지 수요를 위해 지역에 살아가는 이들이  부정의한 폭력에 고통받으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온 사회에 확고히 새겼습니다. 밀양의 투쟁으로 사법적으로도 국가가 더는 마음대로  부지를 선정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에너지 체제의 폭력은 여전합니다. 오히려 양상은 다양해졌습니다. 석탄발전소 폐쇄 정책으로, 발전 노동자- 특히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 위기에 처했습니다. 고 김용균 동지를 통해 알려졌듯, 위험하고 고된 환경에서 일해온 발전노동자들의 일자리 대책 없이 폐쇄한다고 합니다. 국가는 소모품처럼 발전 노동자들을 대하는 것입니다. 전남에는 농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모이고 있습니다. 농토와 어촌, 거주지까지 깊숙이 침입하고 있는 태양광 풍력 재생에너지에 농산어촌 농민들의 삶 터와 일터가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이는 이윤을 위해 무분별이 재생에너지를 확장해나가는 사업자, 그리고 이를 방관하는 정부의 합작입니다. 밀양에서 자행되었던 폭력의 시작에 이윤이 있었듯, 지금도 이윤을 위해 노동자와 농민의 삶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끊임없이 벌어지는 폭력에 저항을 넘어서는 싸움이 절실합니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투쟁은 ‘에너지 체제를 바꾸어내는 투쟁으로 모두 힘을 모아야 합니다. 참 중요한 시기입니다. 어떤 전환을 할 것 인가를 두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며 우리를 단단히 만들어야 합니다. 그 힘으로 만만치 않은 힘에 맞서 싸워야 하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6월 8일, 10년 만에 다시 밀양에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밀양의 친구들’은 전국에서 모여, 쏟아지는 비 아래에서도 덩실덩실 춤을 추며 구호를 외쳤습니다. 집회의 무대에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hps 지부장 박규식이 올랐습니다. 그는 국가의 폭력에 짓밟힌 우리는 같다고, 밀양의 승리가 자신들의 승리라고 외쳤습니다. 바로 열흘 전, 5월 28-29일에 발전 비정규직  hps 지부의 경고 파업이 있었습니다. 부산 남부발전 앞에서 “공공재생에너지를 통한 총고용 보장”을 외치며 파업 투쟁을 벌이던 집회에 오른 밀양대책위의 남어진이 건넸던 말에 대한 응답이었습니다. 어진은 발전비정규직 노동자의 파업에서 외쳤습니다. “HPS 노동자가 밀양입니다. 우리는 국가 마음대로 쓰다가 버려 지는 존재가 아닙니다(...)전환되는 일 자리에서 만드는 전기는 더 이상 눈물을 타고 흘러서는 안 된다 고 외쳐 주십시오.” 제게는 이들의 말이 조응하는 것을 보며, 밀양의 탈핵 탈송전탑 투쟁, 발전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전환과 공공재생에너지 투쟁이 현장의 연대로 만나 정의로운 에너지 체제전환의 투쟁이 구체화하고 또 확장되는 순간으로 느꼈습니다..
밀양의 투쟁은 우리가 맞설 투쟁의 원칙을 상기시킵니다. 이윤을 위한 전환,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전환은 안 된다는 것을요. 나아가 국가폭력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의 힘으로 국가를 바꾸어 내야 합니다. 국가와 공공이 더 많은 역할을, 정의로운 전환을 민주적으로 이행하도록 우리는 더 단단하게 연대하여 대차게 맞설 시간입니다. 주거, 교통을 포함해 삶의 전 영역을 관통하는 ‘에너지’가 체제전환의 첫 싸움으로 힘차게 승리할 수 있기를,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