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동맹이야기 이모저모 #15 927 기후정의행진, 광장을

동맹이야기 이모저모 #15

927 기후정의행진, 광장을 잇자

은혜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장
작년 12월, 윤석열의 계엄시도와 이에 맞선 민주주의 광장으로 올해 4월! 정권이 교체되었습니다. 6월에는 이재명 정부가 새로 출범하였습니다. 밤낮으로 매일 열리던 광장은 파면선고와 함께 모두 얼싸안고 환호하며 일단락되었지요. 927기후정의행진 조직위가 시작되던 올해 여름, 누군가는 새 정부에 대해 얼마간의 기대를 품고 또 어떤 현장에선 기대가 이미 실망과 절망으로 얼룩져가며 새로운 투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기후정의행진 조직위는 정권 초기이기에, 새 정부를 향해 한국사회에 시급한 기후위기 대응 과제와 방향을 더욱 분명하게 제시하려 했습니다.
비민주적으로 세운 불충분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번복되는 4대강 재자연화 정책과 신공항 케이블카 등 생태파괴-토건개발 사업들의 유지, 대기업 지원을 통한 첨단산업 무한 성장기조, 이윤을 중심으로 짜여진 부정의한 에너지 체제의 지속, 후순위로 밀리는 노동자농민의 권리, 전쟁-학살에 대한 외면과 방위산업 확대… 기후정의의 투쟁이 더 힘차게 이어져야하는 이유는 취임 초반임에도 충분했습니다.
927 기후정의행진 기록팀
올해 기후정의행진은 6대 요구와 18개 세부요구안은 아래와 같습니다.
927 기후정의행진 6대 요구안
1.
기후정의에 입각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전환 계획 수립하라
2.
탈핵, 탈화석연료,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실행하라
3.
성장과 대기업을 위한 반도체, AI 산업 육성 재검토하고 신공항, 4대강 사업, 국립공원 케이블카, 신규댐 등 생태계 파괴 사업 중단하라
4.
기후위기 속에서 비인간 동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안전하고 존엄한 삶과 기본권을 보장하고, 사회공공성 강화하라
5.
기후위기 시대, 농업·농민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농민권리 보장과 생태친환경농업 전환, 먹거리 기본권 구현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기후위기를 해결하라
6.
전쟁과 학살을 종식하고, 기후위기 악화시키는 방위산업 육성과 무기수출 중단하라
927 기후정의행진 18대 세부 요구안
1.
국제적 책임과 세대간 정의에 부합하는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전환 계획 수립하라(2018년 총배출량 대비 67% 이상 감축)
2.
기후정의에 입각한 개헌 실시하고, 기후헌법 소원 판결에 따라 탄소중립기본법 전면개정하고 2050년까지의 장기 감축경로 마련하라
3.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SMR 개발과 신규 핵발전소 건설 중단하라
4.
일방적인 송전탑, 양수발전 건설 중단하고, 에너지 수요 감축과 신속한 탈석탄 탈화석연료 계획 수립하라
5.
임박한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지역사회와 노동자의 정의로운 전환 계획 마련하라
6.
민주주의와 에너지 공공성을 훼손하는 재생에너지 민영화 중단하고, 공공재생에너지로 신속하고 정의롭게 전환하라
7.
에너지와 자원을 과소비하는 AI, 반도체 산업 육성과 일방적인 데이터센터와 반도체특별법 추진 중단하고, 지역간 정의와 노동권, 사회·생태적 한계를 고려한 규제와 산업정책을 마련하라
8.
신공항과 4대강 사업, 국립공원 케이블카, 신규댐 건설 등 생태계를 파괴하는 무분별한 개발사업 철회하라
9.
당사자가 참여하는 기후재난 대책 마련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노동권, 주거권, 건강권, 재생산권 등 기본권 보장하라
10.
기후위기 속 존엄한 삶을 위해 여성과 소수자, 장애인 차별 철폐하고 공공의료, 공공돌봄, 장애인 활동지원 및 탈시설 보장하고 돌봄중심 사회로 전환하라
11.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 집단학살 중단하고, 한국 정부는 석유공사의 가자 가스전 사업, 방위산업 육성, 무기 수출을 전면 중단하라
12.
철강, 석유화학 등 온실가스 고배출 산업과 일회용품 등의 대량 생산과 폐기 시스템에 대한 정의로운 전환 계획 마련하고, 대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기후 규제를 강화하라
13.
친환경농업 면적 30% 달성, 실효성 있는 농민 지원(농업 재해보험 개선, 직불금 예산 증액, 기본소득 실현 등), 먹거리 기본권과 식량주권을 보장하라
14.
공장식 축산업을 포함해, 자본과 인간의 유흥을 위해 비인간 동물을 상품화하고 수탈하는 생명 착취 산업 시스템을 종식하라.
15.
철도, 지하철, 버스 공공성 강화하고, 공공교통과 보행권, 자전거탈 권리 확대로 모두의 이동권 보장하라
16.
입시경쟁 교육 폐지로 생태 전환 교육 강화하고, 기후정의와 공공성에 기반하여 교육 과정과 학교 운영의 대전환에 착수하라
17.
배출 책임과 기후정의에 따른 조세 개혁, 증세로 전환의 재원을 마련하라
18.
한국 정부와 기업은 국제적 기후책임을 다하고, 기후위기 피해국과 민중에 대한 생태부채를 배상하라
2024년, 작년 907기후정의행진은 3대 방향과 12개 세부요구를 제시했다면 올해는 6대 요구와 18대 세부요구로 확대된 요구를 성안했습니다. 한편에서는 요구가 늘어가는 것에 대해 우려하며 뾰족한 요구로 행진의 목소리를 더 간명히 모아내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정례화된 행진에서 오는 일종의 관성화를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그러나 확대되어가는 요구가 단지 백화점식 나열의 차원이 아니라, 확대대고 구체화되어가는 기후정의운동이 행진을 계기로 총화된 결과이자 성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행진으로 모인 힘이 사회적 영향력으로 이어져가는 것이겠지요. 행진을 치룰 때마다 자판기처럼 한국사회의 변화를 뚝딱 뚝딱 이뤄낼 순 없습니다. 다만 정세와 투쟁의 고조 등 여러가지 변화하는 조건에 기후정의운동이 잘 조응하며 그간 모인 결집이 힘찬 투쟁으로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긴 시야에서 고민하고 기획하는 일은 모두의 과제로 남습니다.
927 기후정의행진 기록팀
행진이 정례화되며 이제는 기후정의운동에 참여하는 수많은 단위들의 기획과 실천도 확대되고 동시에 다채로워지고 있습니다. 이는 각자의 요구를 내건 자체 행진을 진행하는 지역이 매해 확대되고 있는 점과 행진  참여방식이 다양해지는 모습으로도 드러납니다. 올 해는 사전부스와 오픈마이크 참여가 확대되며, 더 많은 단위와 발언자들이 광장에서 공간과 마이크를 갖고 활동과 주장을 펼쳐보였습니다, 사전부스에서는 많은 단위들이 서명운동 참여를 요청하기도 하고, 각 운동의 활동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하고 알리는 공간으로 역할을 했습니다. 오픈마이크의 경우 작년까지는 한 켠에서 옹기종기 모여 진행되었다면, 올해 오픈마이크는 높이 띄워진 LED스크린과 음향 시스템을 통해 광장에 울려퍼졌습니다. 행진에 맞추어 창작한 음악 공연과 마당극, 일본에서 온 기후정의 활동가의 연대 발언 등 참여와 형식 모두 풍부해졌습니다.
행진은 올해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공공재생에너지운동도 행진에서 발언 및 성명 등으로 비정규직 파업의 목소리를 냈고, 기후정의동맹은 행진을 준비하며 평등으로 가는 공공성 행진단, 기후정의실천단으로도 동시에 함께 했습니다. 기후부정의에 맞서기 위해서는 세상을 바꾸는 기후정의투쟁의 필수성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세상을 바꾸는 구체적인 투쟁들의 힘을 모아내고, 엮어내야 합니다. 동시에 이를 행진에 오는 수많은 동료시민들에게 와닿게 전해야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지역 간담회들을 다니고, 또 여러 집행위원들과 함께 행진을 준비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했습니다. 정부를 규탄하는 행진의 기조에 동의도가 낮은 참가단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조직하는데 분투하는 지역 활동가의 고민도, 투쟁을 알려내는 다양한 유인물들이 폐기물이 될까 우려하는 참여자들의 고민도 만났습니다.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운동이 가능하려면, 민주주의광장과 기후정의광장이 단단히 연결됨을 확인하고, 내란에 맞서 결집하였던 대중적 규모 그 이상으로 기후정의광장이 확대되어야 것입니다. 참여가 다양해지고  넓어지는 행진을 그 기조와 방향을 잃지 않으면서도 확대해나가는 것은 어렵지만 분명히 지향해야할 과제입니다.
조직위원회 구성원칙에 대한 문제제기는 올해에도 진행되었습니다. 작년에는 조직위원회 내의 토론을 통해 표결로 정리되었기에 올해는 단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해 논의의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합의가 아니라 이견을 재확인한 자리가 된 것은 한계이나, 제기된 토론을 함께 논의할 자리를 꾸려 합의를 모색한 시도는, 앞으로도 조직위원회가 지향해야할 방향이겠습니다.
집행위 행진팀에는 지난 겨울 퇴진광장을 통해 집회에 처음 참여하셨던 분도 계셨는데요, 기후정의행진 참여부터 준비까지 올해 처음 결합하며 집회라는 공간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는 사실에 큰 힘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민주주의, 기후위기, 불평등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어’는 927 기후정의송의 첫 구절입니다. 행진의 슬로건인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의 의미와 이유를 잘 보여주는 가사입니다. 더 많은 이들과 깊이 만나갈 수 있는 행진을 위한 고민도, 그렇게 만날 이들을 향한 환대도 깊어져야겠습니다.
정리집회 발언을 붙이며 글을 줄입니다.
하늘이 참 맑습니다.  아무렇지 않은듯 돌아가는 세상이, 미울때도, 그래서 외로울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름도, 사는 곳도 모르고, 생각도 다른 많은 이들이 함께 행진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힘이 납니다! 여러분도 그런가요? ‘기후정의’위해, 함께 걷고 행진한 우리를, ‘우리’라고 불러도 될까요?
오늘, 기후정의로 광장을 이어낸 우리는 목격합니다. 자본가들은 움켜쥔 것들을 한톨도 놓지않으려고, 모두의 생명을 걸고 도박을 하듯 탄소포집기술이니, smr이니 위험한 기술을 대안이라 지껄입니다. 대기업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돈을 더 많이 벌고, 그런 새로운 기술을 더 개발만 하면, 이 모든 위기를 극복할 것마냥 굽니다. 이재명 정부도 대기업의 성장이 모두를 위한 성장이고 민생이라고 하면서, 전국토의 물줄기를 말리고 전기를 집어삼킬 첨단과학산업들이 미래먹거리라며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진짜 먹거리를 일구느라 폭염아래 신음하는 농민들, 이주노동자들은 외면한채로요.
더많은 이윤을 위해 무엇이든 파괴하고 무한대로 생산하려는 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정의로운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기후위기 대응을, 정부와, 자본이 스스로 세울 수 없을 거라는걸 우리는 이미  알고있습니다. 우리의 기후정의는 삶의 최소 조건에서 시작합시다. 집, 에너지, 먹거리, 교육, 의료, 교통, 돌봄 이 것들을 불로소득의 원천이나 투자상품으로 만드는 이 세상을 멈추고 모두의 권리로 만드는 투쟁, 그리고 평등으로 나아가는 기후정의 투쟁을 할 사람은 바로 우리입니다!
발전소에서, 비닐하우스에서, 도시의 가장 낮은 곳에서, 가덕도, 새만금, 제주에서, 금강과 영산강에서, 태안과 하동에서, 홍천에서, 지리산에서, 설악산에서, 그리고 팔레스타인에서, 전국 방방곳곳 전세계에서 싸우는 이들과 함께 광장을 이어갑시다.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 흔하디 흔한 존재들을 위해 싸우는 바로 우리, 여기에 모인 우리가 바로 광장입니다. 기후정의를 외치는 우리가, 광장을 이어서 다시 또 만납시다. 광장을 잇자 기후정의로! 투쟁
927 기후정의행진 기록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