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종란 단비님. 자기소개 해주시겠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서 상임활동을 하는 이종란입니다~ 2007년 고 황유미 님의 부친을 만나며 삼성반도체 백혈병 진상규명 대책위원회 활동을 시작했고, 그게 현재 반올림으로 이어졌어요.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여전히 이 길에 있네요. 반올림에서 주로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상담과 건강권 확보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반올림이 처음에는 대책위원회였는지 처음 알았어요.
2007년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23세)의 죽음에 대해, 그의 아버지 황상기 씨가 진상규명을 호소하면서 대책위원회가 구성됐어요. 대책위 때는 제가 수원에 있는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법률원에서 노동상담을 하던 노무사로 활동하고 있었는데요. 대책위 전부터 삼성의 노동탄압 문제에 대해 지역사회에서 연대가 활발하게 이뤄졌고, 이후 삼성반도체 백혈병 대책위를 꾸리는 데까지 함께하게 됐지요. 반도체산업, 삼성의 권력에 쓰러져간 많은 피해자를 만나왔어요. 그렇게 18년이 흘렀네요.
기억에 남는 활동 있으신가요?
일단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해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산업재해를 인정받고자 10여 년간 투쟁했어요. 그 결과로 첨단산업의 직업병 판단기준에 변화가 생기기도 했고, 황유미의 백혈병을 비롯해 여러 노동자의 직업성 암과 희귀질환들이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시작했지요. (물론 여전히 피해노동자 및 유족에게 입증을 요구하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요). 또 삼성전자 상대로 백혈병, 암, 희귀질환을 겪는 직업병 피해자들에게 대표이사의 공개사과, 배제 없는 보상,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대해 2018년 중재방식으로 합의가 되었습니다. 힘이 모자랐던 부분이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피해자들의 절규, 그리고 오랜 시간의 사회적 연대가 모인 힘이 삼성이란 거대 자본이 움직이도록 한 거잖아요. 그런 운동을 여러 동지와 함께한 게 아무래도 저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고 여전히 많은 노동자, 특히 하청이나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위험이 외주화되는 문제, 여성노동자들의 직업병, 자녀 산재 등 여전히 끊이지 않는 피해들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네요. 갈 길이 멉니다.
어쩌다가 기후정의동맹의 단비가 되어주시게 되었나요?
기후위기의 문제는 모두의 문제인데, 특히 기후불평등 문제가 와 닿았고 기후정의동맹에서 체제전환과 관련된 운동도 같이 하는 게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미약한 힘이나마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단비가 되었습니다ㅎㅎ.
‘기후정의’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기후불평등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질문? 극단적 폭우 폭염에 쓰러지는 노동자 생각이 납니다.
최근에는 반도체특별법이 난리지요. 반도체산업에 대한 고민을 먼저 이어오신 만큼, 지금의 흐름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고민이 더욱 깊으실 것 같아요.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하에 삼성, SK 등 반도체 재벌, 즉 거대자본이 규제 없이 반도체 생산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법이에요. 이 특별법으로 수백조의 공적자금을 들여 용인 메가클러스터(거대 산업단지)를 짓겠다는 재벌특혜법이자 물, 전기 등 공공재를 거의 무제한으로 퍼주려는 반기후악법이죠. 용인에 메가 클러스터 조성 등을 위해 특별법을 만들려는 건데, 그걸 위해 올해 초에 주 52시간 노동상한제 규제를 풀어서 연구개발 노동자를 무한착취하려 했던 데 있어 80개 단체가 공동행동으로 함께 저항해 그 부분은 민주당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냈어요. 하지만, 그 부분만 제외한 법안이 국회에 신속처리안건으로 상정되어 하반기 국회 통과가 예상되는 상황이에요. 어마어마한 물과 전기가 사용되는데 반도체 산업에 몰방하는 산업정책은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산업정책이잖아요. 또 급성중독물질, 발암성, 생식독성, 신경독성 등 다양한 독성을 가진 유해화학물질이 집약적으로 사용되는 화학산업이라 매우 위험천만한 산업이기도 한데, 유해성 정보조차 ‘영업비밀’, ‘국가핵심기술’이라는 논리에 밀려 알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도 않아요. 그런 유해위험산업에 있어 반도체고교 육성, 반도체 특성화대학교 등을 통해 반도체 산업노동자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되어서 매우 걱정됩니다.
반도체특별법 공동행동은 지난 퇴진광장에서 반도체특별법 폐기를 촉구하는 추모행진을 진행했다. 행진 한가운데 흰 방진복을 입고 영정사진과 현수막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
많은 분이 이 싸움에 공감하시고 함께해주실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아직 왜 이 법이 재벌특혜법이고 나아가선 재벌특혜가 왜 잘못된 건지, 물과 전기 문제는 또 뭔지 등 한국의 노동자 시민들에게 이 법의 본질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어요.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전에 다시 한번 이런 문제를 환기하고 더 많이 알게 하는 것, 또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싸울 수 있을지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한 것 같아요.
기후정의동맹도 ‘반도체특별법 공동행동’으로 함께하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동맹에게 더 기대하는 게 있으실까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반도체특별법은 ‘반기후’악법이고, 물과 전기의 막대한 사용으로 기후위기가 더 닥쳤을 때, 예컨대 가뭄이 닥쳤을 때 물 공급을 누구를 먼저 할 건지, 삼성의 반도체칩 생산이 늘어날수록 온실가스 배출은 고공행진을 하는데도 칩 생산을 더 많이 하는 방식으로 기후위기를 더 가속해도 되는 건지 등에 대해 기후정의동맹에서 반대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주고 더 나은 대안이 있음을 같이 이야기해주면 좋겠어요. 저희가 함께 기후정의운동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반도체특별법의 문제가 부각되면 좋겠네요.
여기저기서 일이 많이 터져서 너무 바쁘시겠어요. 종란님은 ‘쉼’을 어떻게 확보하시나요? 간혹 주말에도 분주하신 종란님을 발견하곤 합니다. ^^ㅠ
다들 마찬가지이겠지만 반올림 활동에서도 쉼을 확보하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 같이 노력해봐요.
일상에서 요즘 가장 관심 가는 거 있으세요?
지난 기록을 잘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일기 하나 쓰기도 잘 못하고 있네요. 일단 현재 벌어지는 투쟁들이 꼭 결실을 보길 바랍니다~
그럼, 기후정의동맹에 전하고 싶은 마지막 한마디를 부탁드려요!
“동맹” 이란 비장한 결의로^^ 기후위기, 기후불평등에 맞서 힘 있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기후정의동맹의 활동을 응원하고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