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이야기 이모저모 #13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 입법청원, 세상을 바꿀 아주 구체적인 투쟁의 시작!
은혜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장
공공재생에너지, 이제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바로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 입법청원입니다. 사실, 5만 국민동의 입법청원 자체가 어떤 구속력을 가지지는 않아요. 5만 명의 염원으로 달성되었음에도 방치되고 있는 제안들이 수두룩하죠. 하지만 이 청원은 끝이 아니라 함께 써나갈 멋진 서사시의 첫 페이지라는 사실!
공공재생에너지법, 아직은 조금 생소하신 분들도 계시겠죠? 짧게나마 소개드릴게요. 네 가지 측면으로 전해볼게요.
첫째, 재생에너지 전환을 ‘진짜로’ 실현하는 법입니다. 지금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10%에 불과한데요, 국가와 지자체가 직접 ‘공공재생에너지 계획’을 수립하도록 책무를 부과합니다. 가장 최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발표된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2030년까지 21%)는 낮은 것도 문제이지만, 지금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90%는 민간기업이 가지고 있어 그 추진과 이행, 달성이 불확실하다는 문제가 있어요. 그래서 2030년까지 달성할 재생에너지의 50%를 ‘공공재생에너지’로 채우도록 하는 책무를 담았답니다. 참, 여기서 말하는 ‘공공’은 단순한 공기업이 아닙니다. 지역 주민과 시민참여형 협동조합까지 포함하는 의미입니다.
둘째, 재생에너지 민영화를 막는 법입니다! 위에도 살짝 언급했듯,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90% 이상이 민간과 외국 자본의 소유입니다. 오스테드, 매쿼리 같은 해외 자본이 이미 한국의 앞바다에 진출해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해상풍력 1GW 발전소 하나를 민간이 개발하면, 공공이 개발할 때보다 매년 1,920억, 20년이면 약 3조 8천억 원 이상 더 많은 비용이 듭니다. 민간기업의 이윤이 결국 우리 모두의 비용이 되는 구조를 바꾸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실질적인 재원 조달 방안도 제시하는데요, 공공의 소유·운영·투자 계획을 중심에 두고, 녹색공공투자은행을 설립하는 등의 방안이 담겨 있습니다.
셋째, 정의로운 전환을 보장하는 법입니다. 폐쇄되는 석탄발전소 노동자가 해고되지 않고 공공재생에너지 일자리로 우선 고용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해 그중 40%를 지역에 환원하여 이익을 공유하게 합니다. 동시에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안전한 전환이 이뤄지도록 구체적인 조항도 담고 있습니다. 또한 개발 이익 중 일부는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과 함께 나눠야 합니다.
넷째, 공공재생에너지법이 제시하는 전환의 원칙입니다. 태양과 바람은 상품이 아니라 공공의 자산이라는 것, 주민과 농민이 피해를 입는 무분별한 개발은 멈춰야 한다는 것, 생태계와 인권을 보호하며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포함합니다. 자본 주도로 추진되는 민간 재생에너지는 무분별하게 지역 주민들의 거주지, 농지를 위협하며 진행되어 온 측면이 있기 때문인데요, 이에 삶터와 공동체 파괴로 고통받고 있는 농민들, 지역 주민들이 존재합니다. 공공재생에너지연대의 슬로건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모두의 전환’을 지향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는 것이에요.
이 정도면, 이 법을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지지 않으세요? 바로 일터와 공공성을 되찾으려는 노동조합, 그리고 폐쇄예정인 석탄발전소 현장 노동자들, 기후정의를 고민하는 횔동가들이 오랜 시간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연구하며 차곡차곡 만든 결과물입니다.
먼저 노동자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발전소 폐쇄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용을 오랫 동안 서로를 설득했어요. 그렇게 ‘공공재생에너지’를 요구하며 싸워나가는 모습은 볼 때마다 남몰래 마음이 뭉클해져요. 그 과정과 결단이 얼마나 어렵고도 귀한 것인지 쉽게 헤아려지지 않거든요. 작년 5월은 한국에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파업투쟁을 벌였습니다. hps지부가 ‘발전노동자 총고용과 공공재생에너지 요구를 내걸고 양일간 진행했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처음 등장한 발전 노동자의 요구였다고 해요!
그 다음으로 기후정의 활동가입니다. 기후위기 대응이 사람들의 삶을 지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신념을 기반으로, 활동가/연구자/법률가 동지를 연결하여 복잡하고 어려운 토론을 오랫동안 성실하게 이어왔어요. 올해 12월에 본격화될 태안의 석탄발전소 1,2호기 폐쇄를 앞둔 지금, 우리가 놓인 현실의 조건을 분명히 마주하며, 동시에 담대한 전환을 법안에 담았답니다. (공공재생에너지법 핵심요약 카드뉴스)
항상 기후위기에 당하기만 하던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 권리를 빼앗긴 평범한 사람들이 이제 공공재생에너지운동으로 세상에 반격에 나설 차례입니다! 그 반격의 시작은 바로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 청원입니다! 꼭 달성될 수 있도록 널리 알려주세요.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자본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맞설까?”
“이 기후위기로 인해 맞이할 거대한 변화들 앞에서 우리는 각자도생이 아니라 서로, 그리고 모두를 지키는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
5만 입법청원을 달성하고 나면, 그 질문들에 멋진 답을 찾아가는 여정,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을 힘있게 벌일 수 있을 겁니다! 재생에너지의 공공성과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다루는 이 공공재생에너지운동이, 기후위기로 인해 수많은 산업과 일자리가 닥칠 위기와 전환에 있어 방향과 원칙을 제시하는 힘찬 투쟁이자 멋진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저는 그래서 이 공공재생에너지운동에 가슴이 벅차는데,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러실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