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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이야기 이모저모 #14 집단적인 발전소 폐쇄, 개별화된 노동자의 불안. 투쟁으로 돌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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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이야기 이모저모 #14

집단적인 발전소 폐쇄, 개별화된 노동자의 불안. 투쟁으로 돌파해요!

조건희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이 드러낸 것들
6월 2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습니다. 어느새 49재도 지나왔습니다. 현장 노동자와 함께 대책위가 꾸려졌고, 특별근로감독 등이 진행중입니다. 사고의 경위나 구조적 원인 등은 계속 밝혀야겠으나, 방호덮개 등 안전장치조차 설치되지 않은 선반 현장·작업 절차가 일상적으로 무시됐던 관행 등은 이미 확인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이기에 안전하지 않은 현장을 방치해도 괜찮단 신호가 반복된 셈입니다. 김충현 노동자 역시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 한전KPS의 하청업체 한국파워O&M 소속 노동자였습니다. 그를 고용한 업체명과 사장은 수시로 바뀌었고, 아무도 그의 고용과 안전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하청의 하청으로 내려갈수록 위험한 노동이 전가되고 있었습니다.
발전소 폐쇄와 개별화된 불안
2025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1, 2호기를 시작으로 발전소가 본격 폐쇄됩니다. 회사는 폐쇄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고용을 보장할지, 어떤 방식의 전환이 필요한 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도, 발전소 폐쇄 관련 뉴스를 계속 공유했다고 합니다. 그가 고용 불안감을 어떻게 느끼고 있었는지, 전망을 어떻게 그리고 있었는지, 어떤 심정으로 일하고 있었는지 이젠 영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폐쇄에 따른 불안감과 막막함은 그만의 감정이 아닙니다.
"10호기 중 1, 2호기가 폐쇄되면 이에 따른 TO를 줄이지 않겠느냐,"
"인력이 감축되면 누군가는 나가야 하는데 누가 될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해봐야 답이 안 나오니 관련 이야기를 피하고 있다."
"안 그래도 1년 단위로 계약하는데 폐쇄한다고 하니 더욱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
김충현의 동료 노동자들이 공유해준 이야기입니다. 발전소 폐쇄라는 집단적인 구조조정 예고 속, 노동자들은 홀로 서로의 의자뺏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생산에 노동자의 피를 요구하는 일자리는 이제 그만
국가 주도로 발전소를 폐쇄하고 전기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합니다. 전환될 일자리가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가 죽음으로 내몰렸던 일자리와 동일한 성격을 띠면 안 됩니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정한 일자리, 위험이 전가되는 일자리, 부족한 인원 속 높은 노동강도를 감내하게 하는 일자리가 되어선 안 된다는 뜻입니다. 석탄화력이든 태양광이든 풍력이든 무엇이 되었든, 전기 생산에 노동자의 피를 요구하는 일자리는 더 이상 존재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2025년 12월부터 발전소가 본격 폐쇄된다면, 그 이전에 충분한 인력 충원과 정부의 직접고용이 완료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요구를 받아 안아, 기후정의동맹도 김충현 대책위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상황은 시급하지만 책임져야 할 자들의 속도는 더딥니다. 정부와의 협의체가 꾸려졌다지만, 정의로운 전환과 총고용보장 등은 다뤄지지도 않습니다. 원청 서부발전과 1차 하청 한전 KPS는 기를 쓰고 정규직화 요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처벌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전KPS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김충현 대책위는 추모와 분노의 마음으로 투쟁을 진행 중입니다. 매주 목요일 용산 상경투쟁, 월-수 발전소 퇴근선전전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4일과 31일에는 대책위의 요구안을 알리는 연속토론회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8월 발전비정규직노동자들의 파업이 예고되어 있는데요, 공공재생에너지와 총고용보장은 결국 노동자 투쟁으로 쟁취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단비 여러분들도 그 지난하지만 필요한 투쟁의 장에서 함께 뵈면 좋겠습니다. 기후재난의 여름, 무탈히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