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단·소 : 기후정의동맹의 단비님을 소개합니다
후원회원 단비님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싣은 동단소가 돌아왔습니다. 이번 동단소는 기후정의동맹과 한솥밥을 먹는 동료, 인권운동사랑방의 대용 활동가님입니다. 지난 4개월은 사무실보다 퇴진광장에서 더 많이 만난 것 같은데요, 그간의 이야기도 살짝 청해 들어보았습니다! / 은혜
대용 단비님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대용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활동하는 대용입니다.
담백한 소개입니다… 취미특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취미는 컴퓨터 쳐다보기? 이건 저렇게 생겼구나, 이렇게 생겼구나 구경하고, 기계에 관심있어요. 기계는 단순하고 명확하잖아요.
단순이라.. 사랑방활동이 쉽지는 않으시겠어요(?)
(사랑방은 진중하고 치열한 내부 토론으로 유명(?)하잖아요)
동맹도 그렇잖아요~ 다복잡해요(ㅋㅋ) 사랑방에서 활동해서 더 그런걸수도...
대용님은 단순한걸 좋아하시는군요. 알겠습니다. 본격 질문 들어갑니다! 윤석열 파면을 향해 달려온 지난 겨울, 엄청난 광풍이 휘몰아친 4개월이었습니다. 대용님에게는 어떤 시간이었나요?
어떤 시간이었냐는 질문이 어렵네요. 대통령 파면 국면이 10년안에 2번을 겪는게 흔하지 않은 일이잖아요. 계엄 속보를 처음 봤을땐 단순하게 지금 한국사회에서 계엄이 성공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계엄이 실패해도 겨울내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대통령 퇴진이야기가 많았던 상황에서 돌이킬 수 없는 퇴진투쟁의 국면이 시작되겠다는 예감도 들었고요. 12월 매일 같이 주말, 평일 집회하면서, 운동차원에서는 정권을 밀어내고 다시 거대야당이 집권을 예상하게 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전할 것인가 고민이 들더라구요. 민주당의 깃발 옆에서 같이 깃발을 들고 윤석열 퇴진을 말할 때, 다르게 들릴 수 있는 우리의 구호,내용, 슬로건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지낸 4개월의 시간이었습니다.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이후 세바넷)가 그런고민에서 모였지요. 또 세바넷은 그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활동했는데 그에 대한 대용 님의 소회는 어때요? 그런 고민이 좀 채워지셨는지.
우선은 하길 잘했다!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비상행동>은 큰 틀에서, 다양한 운동 단위들이 다 포함되어 있잖아요. 세바넷을 함께하는 단위부터 정치적 지향을 서로 잘 모르는 단위까지요. 근데 세바넷을 꾸려서 지금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서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꾸려진 거니까요. 그 목소리가 크지 않더라도 다르게 외치는 세력이 있다고 드러날 수 있었잖아요. 근데 아직도 갈길은 멀죠. 오늘 오전에 한 기자회견을 다녀왔는데 세바넷 발언 중 윤석열 퇴진의 기쁨이 너무 짧다는 말이 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승리했다! 외치고 돌아서자마자 내란이 아직 안끝났다는 이야기를 하며 다시 싸워야하는 상황이죠. 한덕수의 헌법재판관 지명도 그렇고 퇴진했다고 한 발 진전했다기보다는, 후퇴를 막아선 느낌에 가까운 거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의 과제는 여전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승리를 좀 음미하셨는지요..
그럼요. 몸이 힘드니까, 막바지에는 ‘제발 좀 끝나라’ 말이 절로 나왔어요. 집회 정말 많이 나갔잖아요. 아슬아슬한 체력적 한계를 느꼈어요. 이 국면이 안좋게 흘러서 계속 싸우더라도. 한 텀은 쉬어야한다는 느낌. 파면으로 끝나서 다행이죠.
민주주의를 지켰다는 기쁨만큼이나 육체적 고통이 끝났다는 기쁨이 모두에게 상당했습니다. (웃음) 다음 질문입니다. 사랑방은 30년차(?) 인권단체로서, 일찍이 기후위기를 인권,노동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연결지어오신 거 같아요, 일찍이 한국사회?에서 기후정의운동이 성장하기 전부터요. 그래서기후정의동맹이 만들어지는데에도 큰 역할을 하셨고요. 사랑방이 사회운동에 뿌리는 씨앗(?)이 꽤나 큰 것 같습니다..?!
질문이 뭔가요?
하하. 사랑방이 기후정의운동을 시작하게된 계기랄까, 그것을 먼저 이야기해주시죠.
사랑방 정록 활동가가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장이기도 한데 동맹 활동 전에 한참 활동을 물색하며 여기 저기 찾아다녔어요. 그때 자꾸 기후 이야기를 해서, 저는 속으로 ‘왜 저러나?’ 싶기도 했죠. 그렇게 첫 기후행동 참여했던건 2019년 혜화역 집회입니다. 그때만해도 사랑방이 기후 관련 활동을 하진 않았는데, 한번 같이 참여 해봤어요.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은데요.
사랑방 차원에서 운동이 달라져야한다는 고민이 있던 차였던 거 같아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사회운동은 어떤 역할을 해가며 세상을 바꾸는 데 역할을 할거냐-에 대한 답답함이 쌓여가던 시기랄까요. 문재인정부는 말로는 온갖 개혁 과제는 다 하겠다고 하곤 발표하는 정책이라는 것은 타이틀만 가져가서 내용은 다 뒤틀려있고 그랬잖아요. 의제는 소모되는데 운동이 진전하기 어려운 국면을 반복하고 있었고, 운동이 이렇게 계속 정부 대책에 서포터로 가는건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기도 한 것 같아요. 그럴때 우연찮은 기회에 기후에 대한 관심이 겹쳤죠. 기후라는 말이 체제와 잘 달라붙는 말이기도 하잖아요. 기후위기라는 위기의식 속에서 기후정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러면서 체제를 변화시키는 운동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들이 기후정의 운동에 더 풍성하게 생겨난 거 같은데요. 이 문제의식과 접속하며 사랑방에서도 함께 해보면 좋겠다는 동력이 생겼던 거같아요. 기후정의 운동에 사랑방도 더 일조할 수있으면 좋겠다고 느끼고요.
사랑방 활동은 얼마나 하셨나요.
저는 2016년에 시작해서 지금은 9년차 입니다.
그동안 가장 뜨거웠던 순간을 꼽아본다면요?
화나서 뜨거워지는거 말고는 뜨거운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긴 한데요..
그래서 물어보았지요
잘돼서 기분 좋은 것들은 많아요. 사랑방이 특별히 의제를 가리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아무거나 하진 않는데, ‘이거를 해야해!”라는 주장을 가지고 동료가 무언가 제안하면, 토론을 통해서 함께할 방법을 찾기 위해 애쓰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열려있달까요. 지금 우리가 세상을 더 잘 바꾸는 일에 일조하려면 뭘 하면 좋을까?를 고민하면서, 공부하고 논의하다가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들은 일단 시도해보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는 좀 특이한 단체 중 하나라는 생각도 있고요. 활동가 조직이다보니까 활동가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움직일 수 있는 그런 가벼움이 있달까요. 그래서 기후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고요. 그런데 동시에 사랑방이 논의구조가 가볍다는 장점이 장점이 되려면 활동가들의 논의가 또 신중하긴 해야하는 양면적인 점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걸 선택하고 방향을 결정하는데 활동가들끼리만 하니 그 책임도 더 무겁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사랑방 내부 토론에 진지하고 신중해지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설득력 얻을 수 있을까, 지지 받을 수 있을까 고민이나 불안이 들때도 있거든요. 근데 사랑방 자체 사업을 할 때 그걸 확인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어요. 우리가 어떻게 하고있는지에 대해서 주변의 반응을 확인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순간들이요. 최근에는 사랑방이 재정 사업을 할 때랑 30주년 사업을 할 때였는데요. <빠듯하지만 뿌듯하게>, <기꺼이 엮다>라는 이름으로 사랑방의 활동을 설명하게 되었는데 둘 다 나름 많은 지지를 받았던 것 같아요. 그간 사랑방의 고민이나 판단들이 지지와 응원을 받는구나 확인하는 계기가 되는거 같아요. 잘하고 있다, 응원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뿌듯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 이런 생각 들잖아요. 그런걸 느끼면서 또 움직여 왔던 것 같습니다.
말씀해주신 두 예시 모두 후원인 모집 사업이인 듯 한데… 대게 돈으로.. 확인되는 보람일까요?(농담)
돈도 중요하죠.(웃음)
인권운동사랑방 30주년 기념행사, ‘기꺼이 엮다’
다음 질문입니다. 탄중위해체공대위부터 기후정의동맹까지 총 4년간의 기후정의운동을 해오고 있는데, 동맹의 활동에 인상 깊은 것들이 있을까요?
매번 인상 깊기는 해요. 탄중위해체공대위 시작했을 때부터 저는 좀 신기했어요. 저런 활동이 필요하다, 중요하다 말은 할 수 있지만 탄중위 항의 행동 같은 걸 하면서 운동에서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실제로 만들어 내면서 그 힘을 바탕으로 기후정의동맹을 띄운 거잖아요. 기후정의포럼할 때 사람들 많이 모이게 되는 걸 볼 때도 그랬고요. 기후가 어떤 이야기들과 많이 연결될 수 있는지를 놓치지 않고 활동 열어가는 과정을 인상 깊게 보았어요. 전통적인 의미의 환경 단위에 더해 다양한 단위들이 확장하며 함께 할 수 있는 걸 보면서요. 동맹 출범하고는 또 세종시에서 했던 집회도 좋았고요. 지역에서 평일에 파업을 조직하는 활동이 갖는 상징성이 있는데, 이걸 애써 해내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니 정말 지금 필요한 운동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매년 하는 9월 행진도 그렇고요. 사실 작년 9월 행진날 리허설 시간에 제가 도착했었는데요. LED설치하고, 부스들이 쫙 세우는 거 보고 ‘ 얘네들은 이걸 어떻게 채우려고 겁도 없이… 규모가 이렇게 될 리가 없는데’ 이런 마음이 들기도 했거든요. 근데 사람들이 가득가득 차는 걸 보면, 여기가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는 공간이고 자리이고 의제구나. 생각이 들었죠. 발전노동자에서부터 생태주의자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자리해있는데, 그걸 계속 모아내려고 애쓰는 동맹 활동가들 고생이 많겠다 싶었어요. 좀 더 잘 해나가서 동맹의 이야기로 한 번 뾰족하게 뚫고 나가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기후정의동맹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응원의 메세지도 좋아요.
사랑방이 본의아니게 조금 미안한 느낌이 있어요. 사람을 많이 내다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올해는 사랑방에서는 동맹 담당자 1명으로 줄은 상황이니.. 사랑방도 동맹도 서로 잘 살피면서 애써야 할 거같아요. 그래도 같은 사무 공간을 공유하니 서로 이런저런 어려움들 생기면 잘 나누어주시길 부탁드려요. 사랑방 뿐만 아니라 동맹 집행위원회 구성 변화가 큰 시기인 거 같은데, 단단하게 새롭게 잘 꾸려나가는 2025년 되면 좋겠네요. 윤석열 퇴진 국면까지 넘어섰으니 올해 또 본격적인 시작을 하시게 될 텐데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