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이야기 이모저모 #12
투쟁을 부른다! 반도체 클러스터와 반도체 특별법
-’정의로운 반도체산업은 가능한가 토론회’를 중심으로 / 은혜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작년 7월, 기후정의동맹은 집담회를 조직했습니다. 용인에 추진되는 반도체 클러스터산업의 타당성, 나아가 반도체산업의 확대에 대해 기후정의 관점에서 함께 이야기해 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반년이 흐른 올 해 1월 22일, 계엄 사태로 혼란한 상황에서도 여러 단위와 함께 준비한 ‘정의로운 반도체 산업은 가능한가’ 토론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정의로운 반도체 산업은 가능한가
토론회에서 첫 번째 발제는 반도체산업의 문제를 노동자 환경주의로 대항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지금 반도체산업은 국제적으로 공급망이 재편되고 경쟁이 심화하며 국내에서도 반도체 산업 지원이 무분별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반도체산업은 노동권, 건강권, 기후 생태 관점에서도 문제를 발생시켜 왔습니다. 발전(민족)주의와 성장주의, 시장주의와 기술관료주의가 공고하게 결합하여 추진되는 반도체산업 육성을 기후정의 관점에서 노동자 환경주의로 대항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노동자 환경주의란 기후생태환경은 노동자의 생명 및 삶과 직결되는데, 기후생태환경의 파괴와 착취도 노동의 착취를 통해서 가능하기에 기후생태환경과 노동권의 관점을 통합하여 생산의 민주적 정치를 만들어가자는 관점입니다. 그럴 때 규제 강화 요구를 넘어 생산 전반을 평등하고 민주적이고 생태적인 체제를 요구하는 투쟁의 힘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분적으로나마 실리콘밸리 독성물질 방지연합, CHIPS 공동체 연합 등 미국 사례도 참고사례로 공유해주었습니다.
두 번째 발제에서는 반도체산업 지원의 경제성 문제를 폭로하며 기후위기 대응 및 사회 안전망 등 공공성 강화를 위해 자원과 지원을 쏟아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패권전쟁 중인 반도체 산업은 지정학적인 불안정 상황이라는 점에서 한국 장기투자를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대게 길어야 5-6년가량 투자계획을 세우는데, 30년이라는 초장기 지원을 한국과 같은 사례는 전례가 없는 일이며 위험성이 큰 도박과도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나 삼성은 현재 글로벌 과잉 공급 경쟁을 이끄는 주체임을 국가별 반도체 기업 설비투자액을 비교하며 드러냈습니다. 반도체산업 투자의 명분이 되는 일자리 창출 효과도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미국의 경우 반도체 산업 지원 프로그램은 약 700조 원 투자로 2-30만 개 일자리(건설업 포함)를 예상하는데, 한국의 경우 622조를 투자해 346만 개 고용 창출한다는 주장은 그 내용을 자세히 따져보아야 할 것입니다.
다른 첨단 반도체 국가들과 비교하여 한국의 반도체 재벌 기업 특혜 문제도 비판했습니다. 일본, 대만, 중국이 투자하는 자국의 반도체기업은 각 정부 주도 기업 / 정부가 최대 주주인 국민기업 / 국유기업입니다. 미국의 경우 민간 기업 투자에 대한 엄격한 수익 환수 구조를 가져 초과수익을 환수하고 최소한의 공공적 통제를 담보하는데, 한국의 경우만 민간 재벌기업에 아무런 대가 없이 막대한 세제 혜택 등 공적 자금과 공적 금융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반도체 지원 금융 100조를 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한 공공 재생에너지 기반과 관련 첨단 산업에 다각도로 투자할 기회, 교육/의료/주거 등 사회 공공성을 확대하는 재원으로 사용할 기회를 상실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투자하고 육성해야 할 것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가하는 위태로운 반도체 산업이 아니라 정의로운 전환과 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교통, 농업, 노동 등의 공공성 부문이라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세 번째 발제에서는 지난 수십년간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의 희생을 강제하며 ‘성장’해온 반도체 기업의 문제를 밝히며, 반도체 기업의 이익을 위해 52시간 초과 근로를 허용하려는 ‘반도체 특별법’을 비판했습니다. 반도체특별법은 결국 각종 인허가 규제 완화와 막대한 세제 혜택, 장시간 노동 허용 없이는 반도체 기업의 이윤을 지금처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더군다나 특별법 지위를 통해 규제 완화 등 일체 사항에 관해 다른 법률에 우선한다고 명시한 부분, 그리고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위원회’ 설치, 특별회계와 세제 특례 조항 등을 설치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반도체 노동자들은 익히 알려진 암 유병률 외에도 연구 결과를 통해 뇌심혈관계 산재(타 제조업 분야보다 2배 높음), 조혈기, 생식기, 정신질환 문제가 더 빈번히 발생한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특히 직업성 암과 희귀질환 질병 재해 10명 중 7명은 2030 청년으로, 고등학교 현장실습 참여했던 이들의 발병 문제를 들어 청소년의 학습권을 빼앗고 건강권을 침해하며 반도체 산업에 동원하는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발제 외 토론에서는 물과 전력 등 기후생태적 관점, 지역의 관점, 노동조합의 관점, 사유화된 권력의 기후부정의 관점 등을 폭넓게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토론회 내용은 자료집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반도체 특별법 공동행동
토론회를 통해 반도체 산업이 야기하는 문제가 어찌나 방대한지 두루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고, 또 반도체 특별법은 반도체 산업의 문제를 가속화할 발등에 떨어진 불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정의동맹도 지난 2월, ‘재벌 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 출범에 함께 했습니다. 노동조합,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가 모였습니다. 우선은 ‘52시간 초과 근로 허용’ 문제가 지금의 공동행동에 모인 단위들을 구심이 되어주었습니다. ‘여야 무쟁점 법안’이라며 추진되던 반도체 특별법’이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 노동계의 격렬한 비판에 마주하자 민주당은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빼고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추진하기로 발표하였습니다. 언론에서도 주로 그간 52시간 문제만이 쟁점인 듯 보도되었습니다. 그러나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반도체 특별법은 더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토론회를 통해 폭넓게 확인했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생산의 민주적 통제가 얼마나 중요하고 시급한지 드러내고, 이를 어떻게 통제해야 할 것인가 과제를 안겨줍니다. 우리 사회 전반의 공공성과 민주주의를 다시 지을 기후정의 투쟁의 전선을 새로이 그을 상상력을 틔웁니다. 장시간 노동 쟁점 뒤에 숨어있는 반도체특별법의 부조리들을 드러내고 반도체산업의 정의로운 전환과 공공성을 고민하는 이야기들을 잘 모아, 모두의 삶을 지키는 싸움으로 확장해나갈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공공재생에너지운동이 노동자와 기후위기 모두의 대안을 만들어 투쟁을 열어내고 있듯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