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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환경운동연대 임준형

기독교 환경운동연대 임준형

밀레의 만종이라는 그림을 참 좋아합니다. 저녁이 되어 교회의 종소리가 울리고, 부부가 밭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조용히 기도를 올리는 장면을 그림으로 담았습니다. 성경에는 인간에게 6일을 일했으면 멈춰서 7일째는 안식하라고 합니다. 유대교가 갖고있는 전통이죠. 그 전통을 이어받은 기독교도 하루를 정해서 이날은 일상을 멈추고 나와서 ‘예배’라는 걸 드리라고 합니다. 종교는 자주 멈추고 돌아보고 변해야 할 것, 고쳐야 할 것이 없는지 확인하도록 가르칩니다. 기후위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멈출 줄 모른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종교환경회의는 매년 생명평화순례라는 것을 통해 생태 문제로 고통당하는 현장을 찾아갑니다. 20년이 넘도록 해오고 있는 일입니다. 2024년 생명평화순례로 송전탑 반대 투쟁 끝에 행정대집행을 겪은 밀양, 신공항 부지로 예정되어 몸살을 앓고 있는 가덕도, 핵발전소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부산 고리를 다녀왔습니다. 2023년엔 새만금 방조제와 무리한 간척사업으로 고통받는 해창갯벌과 새만금 신공항 부지라는 이름으로 훼손될 처지에 놓인 수라갯벌을 다녀왔습니다. 제목이 생명평화순례이니 걷기도 했지만 멈추어 서서 기도도 드렸습니다. 멈추지 못한 우리가 직면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10년의 세월이 지났어도 밀양은 여전히 상처입은 그대로였습니다. 여전히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르고 있었습니다. 주민들을 보상금이니 뭐니 하며 돈으로 회유하고 갈라쳤던 한전은 반성하지 않고, 여전히 다른 동네에서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습니다. 신고리 5, 6호기 막아보려고 했지만 안되었습니다. 심지어 노후 핵발전소를 수명연장 하겠다고 하는 윤석열 정부 때문에 부산, 울산, 경주, 울진, 영광의 주민들 역시 고통을 겪었습니다. 핵발전소 수명연장도 싫은데 수 십 년을 핵 쓰레기 떠안고 살도록 법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다 나라의 경제와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명목입니다. 공항은 어떻습니까? 아름다운 가덕도와 수라갯벌, 아니 경관의 아름다움을 넘어서 수많은 생명의 삶의 터전인 곳들을 함부로 훼손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토목건설공사를 통해 건설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입니다. 허울뿐인 동북아의 물류 허브니 경제효과 같은 이야기들을 해대지만 계획만큼 거창한 일은 절대로 없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이야기지요. 거기에는 주민도 없고, 생명도 없고, 평화도 없습니다.
일부 이 사업을 통해 알량한 부를 벌어들이는 이들이 존재합니다. 그 이름이 핵마피아이던, 토건족이던, 한전이던 우리는 그들이 탐욕을 연료로 삼아 제동장치 없이 폭주하는 이들이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압니다. 그들은 자신을 제동할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무력화하는데 도가 텄고, 정권은 그들의 방식을 옹호하고 칭찬하고 오히려 지시합니다. 아시다시피 윤석열 정권은 이뿐 아니라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놓겠다고도 하고, 전국 곳곳에 댐을 기후대응댐이라는 거짓된 이름으로 짓겠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지요. 신규 핵발전소 건설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활동가들은 진작부터 탄핵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멈추어야 합니다. 멈춰서 기도까지는 아니라도 최소한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잘못된 건 고쳐야 합니다. 지구는 매년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멈추고 돌아보라고 말입니다. 핵발전소도 계속 경종을 보내고 있습니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니 이제라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라고 말입니다. 살바도르 달리는 만종 그림에 놓인 감자 바구니를 보고 아이의 시신이 놓인 관을 보는 것 같다는 해석을 남겼다고 합니다. 기근에 굶주려 죽은 아이를 위해 슬퍼하는 기도로 보인다는 말입니다. 온갖 기후재난으로 인해 또는 핵사고로 인해 우리 자신의 삶이 망가져 돌이킬 수 없어진 다음 후회하며 멈추고 돌이키는 것은 늦습니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탄핵은 시작입니다. 변화된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든 또다시 박근혜, 윤석열을 만날 것입니다. 윤석열과 그 일당의 권력을 빼앗는 것을 넘어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