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동·단·소 #6 나인혜 단비님을 소개합니다

1 more property
동·단·소 : 기후정의동맹의 단비님을 소개합니다

후원회원 단비님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싣은 동단소가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기후정의동맹 참여단체 활동가이자 후원회원이신 단비님들 인터뷰를 주로 해왔는데, 이번에는 단체가 아닌 일반 직장에 다니는 평범한 시민이신 (웃음) 나인혜 단비님을 모셔보았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은혜

나인혜 단비님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인혜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나인혜  서울 거주하고 있는 92년생 나인혜라고 합니다.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의료기사입니다. 취미는 외국어 배우는 거 좋아하고요, 채식해서 맛있는 식당 찾아다니고 여행 다녀요.
후원하게 된 계기는, 기후정의동맹이 후원인은 모집할 때가 마침 후원을 늘리려 고민하고 있던 시기였어요. (럭키비키..!) 기후 쪽은 후원하는 곳이 없어서 하게 되었음. 저의 친한 친구가 여기서 활동하고 있는데, 뭐랄까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부채감도 있었어요. 본업을 그만두고 활동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생각하면서도 내 일을 계속하는 거잖아요. ‘내가 쉽사리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떠올렸을 때, 가족과 주변사람의 인식, 돈 문제 등이 생각났어요. 직접 활동가로 살지는 못해도 어떻게 힘을 줄 수 있을까? 생각에 몇군데 후원을 하고 있어요.
인혜님이 좋아하는 비건 식당에서의 맛있는 식사
그동안 활동가 위주로 활동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해 왔는데요, 처음으로 활동가가 아닌 단비님 인터뷰라 새로운 느낌입니다! 요즘 정국이 참 혼란스러운데, 윤석열 퇴진 집회에 참여하신 적 있으세요? 나인혜  세 번 정도 나갔어요. 토요일에 근무 스케줄이 있거나 약속이 있으면 못 나가구요. 지난주는 약속이 있었는데, 저녁에 집에 오는길에 ‘행진이라도 하자!’ 하고 결합했어요. 시간이 허락하면 가는 편이에요.
사람 많은 곳 싫어하시는 극 I 신걸로 아는데.. 나인혜 2번째 갔을 땐 너무너무 추운 날이었어요. 그 날, ‘하루만 빠질까?’ 생각도 했는데, 한 명이라도 가서 목소리 내고 보태야한다..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지방에서 교통편 구해서 오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적어도 나는 버스,지하철타면 30분안에 갈 수 있는 지리적 위치에 있을 때 … 참여가 유리한 면이 있으니까 가야 된다는 마음이 있어요.
추운 날도 불사하고 집회에 참여하며 윤석열 퇴진을 바라는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 같아요? 나인혜 말도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아서, 답답한 마음이 첫 번째인 거 같아요. 정의가 승리하길 바라는 마음이 항상 있는데요, 뉴스를 보면,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항상 정의의 편에 서는 게 아니잖아요. 그럴 때마다 화도 나고 마음도 착잡한데 추운 날 밖에서 집회에 참여하고 밤새고 그러는 사람들 소식 보면, 너무 고마운 마음과 존경스런 마음, 미안한 마음이 함께 들어요. 여의도 탄핵소추안 가결하는 날은, 아 이XX 진짜 끌어내려야겠다는 마음, 그리고 이거 오늘 무조건 가결된다, 이 역사의 순간에 내가 무조건 가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갔어요.(웃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엄중한 시기인데, 사실 일상은 별 탈 없이 굴러가고 있는 느낌도 있어요. 반복되는 뉴스들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고요. 집회-일터에서 느끼는 괴리감이나 격차가 있을까요? 주변 반응이나 분위기는 어때요? 나인혜 일단 계엄 터졌을 당시에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거실에서 TV 소리가 크게 나면서, 카톡이 엄청 울렸어요. 회사 카톡방에서는 ‘내일 출근 하는거 맞나요?’ 하는게  - k 직장인의 상황도 웃펐어요. ‘일상이 전처럼 평범하게 돌아가는게 당연한 일이 아니구나’ 라는 감각이 있어요. 괴리감이라고해야하나. 계엄 터지고 얼마 안있어서 계획했던 여행을 갔는데, 여행에서도 숙소에 있을 땐 뉴스만 보고 있었어요. (’웃프다’는 웃기는 동시에 슬프다는 신조어입니다) 
‘혹시…? 저쪽…?’ 하면서 말 못 꺼내는…?
나인혜 맞아요 (웃음) 참,  회사에  TV가 있어서 MBC 뉴스 보면서 체포되나 안 되나 보고있었는데요, 어느 환자분이 MBC랑 이 병원이랑 무슨 관계있냐고, 다른 채널 틀으라 건의하신 에피소드도 있었어요.
기후정의동맹도 퇴진집회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데, 혹시 생뚱맞게 느껴지지는 않는지요?
나인혜 ‘이 단체가 왜 쌩뚱맞게 저기가냐-’ 생각은 안 들어요. 박근혜 탄핵 때부터 우리나라 시위문화로 많은 깃발이 나왔잖아요. 이거는 어디서 본건데 장수풍뎅이연구회, 고양이 밥 주다 나온 모임, 식물집사들 등 다양한 깃발이 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깃발 들고 나오는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허들을 낮추고 나도 참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힘이 있는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단체라도 윤석열 퇴진을 지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커뮤니티에서 실시간 반응을 보고 있는데, 누가 기후 관련 발언을 했더니 사람들이 ‘맞다, 기후문제 심각하다..’ 이런 공감의 반응들을 보았어요. (혹시 언니..?) (난가..?)  아무튼 ‘왜 저런 이야기를 해?’ 이런 반응들은 못봤어요.
윤석열 퇴진을 왜 지지하는지- 단체마다의 이유가 다양할 거잖아요. 대통령으로서 책임 의무를 다하지 않은 거구요.  요즘은 사람들이 발언에서 자기 소개를 하고, 왜 퇴진을 요구하는지 이유를 말하는식이어서 자연스럽게 느껴져요. 그리고 각 단체에서 그동안 요구하는 게 윤석열 정부에서 가로막혔던 것을 알릴 수도 있고요.
다들 짧은 시간에 맞추어 발언하려면, 썼다가 지웠다가 꾹꾹 눌러서 얼마나 고쳐썼을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얼굴 밝히고  발언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오죽하면 나왔을까- 싶기도 하고.
참여하는 주변 회사나 친구들의 수가 주변에 많지는 않은 것 같아서 이에 대한 아쉬움이 좀 있어요. 제가 모르는 걸 수도 있고 각자 사정도 있겠지만 제 주변에 집회에 참여한 사람이 많지는 않아요. 제가 세상의 모든 집회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집회에 참여했다고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시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2019년 인혜님과 혜화역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에서 한 컷
일상에서, 일터에서 ‘퇴진집회 가자’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이 필요한 느낌인가요?
나인혜 어떤 사람들에게는 집회라는 거 자체가 과격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주변 관계 등으로 우려되는 경우도 있을 텐데요. 사실 외국 집회에 비하면, 우리는 엄청 유쾌하고 재밌게 풀어내는 편이잖아요. 그래서 안나가본 사람들은 이걸 경험해보지 못했을테니 인스타로나마 알리는게 제 작은 실천 중 하나에요.
저는 가족 중 강력한 퇴진 반대파가 있어서 집에서 귀마개를 끼고 생활해요. 윤석열 퇴진 반대하는 종편 TV 채널을 종일 크게 틀어놔서 너무 힘들어요. 시위가는 것도 부딪히기 싫어서 안알리고 조용히 가요.
고생이 너무 많으시네요. 갓 나온 따끈따끈한 윤석열 퇴진 기후정의 스티커 드릴게요. 여기서 제일 마음에 드는 스티커가 있나요?
나인혜 ‘모두의 삶을 지키는 기후정의!’ 이게 제일 마음에 들어요. 지금 LA에 불이 났는데, 거기 부촌이잖아요. 누구누구 연예인의 몇백억짜리 집이 탔다- 하며 화제도 많이 되고 있고요. 책에서 봤는데, 취약계층의 사람들이 피해를 제일 많이 받는다고 하잖아요. 취약계층 사람들은 피해를 보아도 뉴스에도 잘 안 나오고요. 서울공화국이라는 말도 있듯이 지방에 홍수 피해가 나도 뉴스가 금방사라지거나 뉴스가 아예 안나기도 하고요. 그런데 서초구에 난 홍수는 대서특필되었죠. 정책에 대해 투표할 때도, 내 개인의 이득을 위한 투표보다 전체 이득을 위한 투표가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느껴요. 지금 LA 부자들도 사설 소방관 불러서 불 끄려고 애쓸 정도로 큰불이 났는데, 정말로 기후가 우리 삶을 위협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는 부자고 가난한 사람이고 돈이고 뭐고 다 소용이 없으니까요.
인혜님이 바라는 기후정의가 실현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나인혜 저희 아빠는 핵발전 찬성하는 입장이에요. 말이 안 통해요. 어느 날 티비에 기후위기 문제가 나오고 있었는데, 아빠가 본인 살아있을 땐 일어날 일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황당해서 ‘나는?’ 되물었죠. 저는 애를 낳을 계획도 없는데, 다음 세대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거든요. 태어나는 아기들을 보면 너무 귀여우면서도, 걱정이 동시에 들어요. 마스크를 아주 오래 쓰는 삶을 살아가야할게 떠오르고요. 그래서 저에게는 다음 세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인 거 같아요.
퇴진국면에서 우리 모두가 수많은 관계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나가고 있다는 걸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종종 발생하는 주말 근무로 주 6일을 일하는 주도 많으신데, 퇴진 집회에 시간이 허락하는한 기꺼이 함께 하며 광장을 지켜주시는 든든한 동지 인혜 단비님 참 고맙습니다 ^^ 기후정의동맹도 함께 광장을 지키겠습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