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동맹 정록
지난 12월 3일,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담화문을 발표하고, 국회로 군인들이 몰려가는 상황을 인터넷으로 지켜봤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저는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던 것 같습니다.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계엄이 해제된 다음날 제 머릿속에 떠오른 건, ‘와, 이건 대체 뭐지?, 기후정의 외치고 자본주의 체제, 이제 전환하자고 했는데, 계엄령이라니….어디서부터 뭘 해야 하는거지?’였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부터 국회 앞에 모인 사람들을 보면서, 주말에 여의도를 가득 메운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저의 답답함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여의도를 향하는 지하철에 탔는데, 사람이 가득찰리 없는 시간대에 전철을 타기도 어려운 상황, 모든 사람들이 같은 역에 내리고 함께 집회에 참여했을 때, 느끼는 뭉클함. 저도 뭉클하더라구요.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 주변 사람들과 함께 비상계엄에 분노하고, 뭐라도 해야 겠다는 마음으로 추운 겨울 광장으로 나선 사람들을 보면서, ‘우와 세상이 이렇게 움직이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다들 각자도생하는 것 같았는데, 세상에 분노하고 바로잡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잡고 나올 동료들과 커뮤니티가 이렇게들 다들 있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하게 됐습니다. 기후정의운동의 아득한 목표와 지향에 비해, 세상의 견고함과 단단함에 저도 모르게 냉소에 젖어들고 있었던 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비상계엄 소식에 아득해졌던 이유는 ‘역사의 퇴행’이라는 생각에 붙들려 대체 어디서부터 운동을 만들어야 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2024년 한국에서 계엄이 등장했다면 다 그 이유가 있겠죠. 우리가 단체로 타임머신을 탔을리는 없으니까요. 우리는 지난 시간동안 ‘평등과 존엄’이라는 권리를 함께 만들어오고 서로에게 부여해왔습니다. 지금 한국 자본주의 체제는 급기야, 시민의 기본적 정치적 권리마저 훼손하기 시작했습니다. 윤석열 덕분에’ 지난 2주동안 광장에 모인 우리는 함께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과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우리에게 부족했던 것은 기후정의운동도 바로 이 자본주의 체제를, 세상을 뒤흔드는 투쟁을 일굴 수 있다는 상호신뢰와 포부라고 생각합니다. 힘차게 투쟁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