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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사랑방 해미

인권운동사랑방 해미

윤석열 퇴진이 입에 잘 안 붙습니다. 윤석열이 내려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 사회가 얼마나 문제적인지 이야기하는, 아니 이미 수없이 이야기하고 감각해온 목소리들이 ‘탄핵’이라는 하나의 단어에 묻힐까봐 걱정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건 박근혜 퇴진 이후 겪은 세상으로부터 얻은 교훈이기도 합니다. 2014년 또래 친구들의 생명이 잠기는 걸 보며 수많은 사람들과 국가는 ‘없었다’고 외쳤던 기억이 납니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간 우리의 힘으로 박근혜는 내려왔지만, 이태원 참사 앞에서 우리에겐 여전히 ‘어떤 국가가 있어야 하는지’를 상상하며 그 국가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과제가 있음을 실감합니다.
12월 3일, 계엄이 있고 3일 뒤인 12월 6일 충남 태안에 있는 발전공기업 서부발전의 거대한 석탄발전소 건물 앞에서 ‘헌화’를 했습니다. 2018년 12월 11일, 석탄을 운송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고 김용균 청년노동자의 6주기 추모 행사였습니다. 사측이 책임을 떠넘기고 모르쇠해도 되는 하청노동자에게, 늦은 시간, 어두컴컴한 노동 현장에서, 위험한 업무를, 혼자서 하도록 하여 발생한 사고는 그저 ‘사고’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부정의’한 우리 사회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기후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후위기는 모든 생명들에게 ‘똑같은’ 위기도 책임도 아니라는 이야기를, 기후정의동맹에서는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윤석열은 기후악당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기후악당은 기후위기를 만들고 가속화한 장본인, 심지어 기후위기로 돈 버는 장본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일차적으로는 대기업 등 자본.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생명을, 지구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마치 거기 빌붙어서 콩고물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정부는 그린워싱, 탄소중립이라는 단어에 집착하지만 정작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기업들의 체면은 세워주며,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원자력 발전소를 더 세우고, 삼림과 삶터를 깎아 공항을 더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을 기후악당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기후악당에게 권력이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기후부정의를 경험했습니까. 튼튼하지 않은 집에서 불안해하고, 망한 농사와 금값인 식재료에 힘들어하고, 불안정한 날씨에 일상의 즐거움은 잃어도 돈을 벌러 일은 나가야했습니다. 기후위기가 사그라드는 세상을 원한다면,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기후악당이 사라져야 합니다. 기후악당 수괴인 윤석열이 내려와야하는 이유입니다.
박근혜처럼 윤석열이 내려오는 것만으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오지 않을 겁니다. 윤석열은 계엄 이전에도 수많은 삶들을 이미 비상으로 만들고, 자유와 존엄과 권리를 억압하고 앗아왔습니다. 윤석열 퇴진과 함께 그 너머에 우리가 어떤 대통령을 원하는지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어떤 세상을 원하는지도 함께 상상하며 말해야 합니다.
내년 12월부터 김용균의 동료들, 석탄화력발전소의 노동자들은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 감축을 위해 오히려 삶의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기후위기의 주범이면서 발전소 노동자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일터이자 삶터였습니다. 정부는 최소한의 조치만 가능한 것처럼 소극적으로 나오지만, 공공재생에너지를 확장하며 일자리를 만들며 지역사회와 연결하면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도 노동자들의 삶도 보장할 수 있습니다. 기후정의에 힘을 쓰는 대통령, 정치가 윤석열 이후에 자리해야 합니다. 지금 이 퇴진의 시간을 더 많은 기후정의의 이야기로 채워나가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