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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사회연대 재임

빈곤사회연대 재임

4년 사이 한 마을에서 1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습니다. 여러분이 사는 마을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일인가요? 여름, 찌는 듯한 폭염속에 좁은 골목길 사이로 하루가 멀다 하고 구급차 와서 사람을 실어갔습니다. 겨울에는 방문을 꼭꼭 닫고 있어도 방안에 냉기가 감돌았습니다. 전기장판이라도 쓸라치면 집주인은 월세에서 2만원씩을 더 내라고 합니다. 조금만 더 견뎌보자, 하고 하루를 또 버팁니다.
1250세대. 4년전 동자동 쪽방촌 공공개발사업 발표가 났을 때, 쪽방 주민들이 재정착할 목적으로 짓겠다던 공공임대주택의 숫자입니다. 소유주의 반대와 눈치보는 국토부 때문에 공공개발사업이 진척도 없이 멈춰있는 동안, 주민들은 죽고, 떠나고, 지쳐서 지금은 850여명의 주민들이 남았습니다.
5조 7천억. 윤석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첫 예산안에서 감액된 공공임대주택 예산입니다. 그리고 야당의 승인 아래, 6천억만 찔끔 증액된 예산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이런 무지막지한 일을 자행하고도 윤석열 정부는 약자복지를 잘도 말했습니다. 연말이면 쪽방촌에 방문해 곰팡이 핀 벽지를 걷어내고 도배를 하고 사진을 잔뜩 찍어갔습니다. 그 벽지에는 올해 또 다시 곰팡이가 피겠지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 것 같습니다. 저는 탄핵을 바라지만, 탄핵만 바라지는 않습니다. 윤석열이 뽑혀나간 이후에도 남은 우리 사회엔 수많은 윤석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동자동의 한 쪽방 집주인은 주민의 전입신고를 받지 않습니다. 혹여나 개발이 될 때 쪽방 주민에게 해줘야 할 보상이 많아질까봐 아예 서류상에 없는 사람인 것 처럼 올려놓는 겁니다. 또 한 쪽방의 임대차 계약서에는, ‘매년 주거급여가 오르면 월세를 인상하는데 동의한다’라고 써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을 감내하고, 집을 가진 사람은 앉은 자리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쪽방의 임대차 계약서에는  ‘집주인이 언제든 방을 수시로 점검하는데 동의한다’라는 문구가 쓰여있습니다. 또 한편에는 윤석열 탄핵으로 여론이 고조되어 있는 사이, 금투세 폐지안을 통과시키며 부자들만 대변하는 야당이 있었습니다. 오늘 명동의 한 미용실에는 용역깡패가 처들어와 집기를 들어냈습니다.
저는 이 풍경들이, 윤석열 이후에도 이 사회에 남아있는 윤석열들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동자동으로 돌아가 100이라는 숫자를, 한 마을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과거가 현재를, 죽은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을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수많은 죽음 중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 또한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탄핵 이후 우리가 그려갈 세상은 윤석열을 만들어낸 세상을, 윤석열을 지탱해온 수많은 자본의 논리들을, 가난한 사람들을 여전히 죽이고, 옥죄는 구조를 바꿔내는 세상이라 생각합니다. 기후위기 시대, 그 누구도 집에서 죽지 않게, 집때문에 죽지 않게 하는 세상.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함께 힘 모아, 싸워나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