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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이야기 이모저모 #8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공적 경로의 중요성과 세계적 흐름을 배우다 - 공공재생에너지 국제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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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이야기 이모저모 #8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공적 경로의 중요성과 세계적 흐름을 배우다 - 공공재생에너지 국제심포지엄
/구준모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3만 명이 서울 강남에 모여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고 외친 9월 7일 기후정의행진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9월 10일 서울에서 공공재생에너지 국제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기후정의동맹을 비롯하여 노동조합, 기후환경단체, 진보정당이 함께 구성한 공공재생에너지연대가 주최한 심포지엄에 80여 명이 참가해 공공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참가한 해외 발표자들은 미국, 스코틀랜드, 호주, 라틴아메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추진되는 공공적 에너지 전환의 사례를 알려주었습니다. 공통된 이야기는 신자유주의적 전환의 실패를 극복하고, 노동자와 시민이 주체가 되는 정의로운 전환을 가능케 하려면 공공재생에너지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조연설을 맡은 에너지민주주의노조네트워크의 션 스위니는 글로벌 에너지 정책 동향을 살펴보며 공공적 경로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시장과 민간 재생에너지를 옹호하는 에너지 전환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접근 방식이 완전히 실패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이 문제가 세계 각지에서 인식되면서 오늘날 국제 노동조합 운동이 대안적인 접근 방식인 공공적 경로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전반에 대한 민주적 공공소유를 통해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그는 저탄소 미래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에너지의 생산, 관리, 사용에 대한 완전한 공공 통제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뉴욕 에너지민주주의 연합의 패트릭 로빈스는 미국 뉴욕주의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의 경과를 소개했습니다. 2019년 시작된 뉴욕의 공공전력 운동은, 대형 금융기관이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그 프로젝트 가치의 20~25%를 차지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금융기관에 엄청난 수익의 원천이 되지만 사실상 수익성과 비용의 문제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늘어나지 못했습니다. 뉴욕의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은 공공기관인 뉴욕전력청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늘리면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치적 논리를 바꾸려고 합니다. 작년 5월에 통과된 뉴욕주 공공재생에너지건설법은 노동자를 조직하고, 노동조합을 강화하고, 뉴욕 시민과 노동계급의 상황을 개선하고 그들을 단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지금은 이 법의 실행과 강화에 대한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호주 역시 1990년대에 수직통합된 국영 전력기업을 해체하는 민영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수직통합된 공기업은 분할된 기업과 달리 발전, 송배전, 소매판매 등 여러 부문에서 사회적 목표에 따라 위험을 관리할 수 있지만, 민영화로 이런 장점이 사라졌습니다. 현재 호주에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정부가 민간기업의 투자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호주 빅토리아주 노동조합협의회 콜린 롱의 주장은 이 질문 하나에 응축되어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민간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공공자금을 사용해야 한다면 공공이 직접 소유하고 투자하면 되는 것 아닌가?”
스코틀랜드 노총의 라이언 모리슨은 민영화된 스코틀랜드의 재생에너지 산업이 미친 폐해를 알려주었습니다. 새로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서 창출된 일자리는 적었고, 재생에너지 회사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전기요금으로 전가되어 시민들의 에너지 빈곤을 악화시켰습니다. 영국에서는 차액계약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민간기업의 수익을 보장하는데 이 구조는 전기요금을 높게 만듭니다. 스코틀랜드의 풍부한 재생에너지가 저렴한 에너지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입니다. 재생에너지로 벌어들이는 돈은 이웃 나라의 거대 다국적 기업으로 가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노동운동은 새로운 공공적 경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에너지민주주의노조네트워크의 랄라 페냐란다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추진중인 공공재생에너지 대안을 소개해주었습니다. 라틴아메리카는 진보운동의 성장과 좌파정부의 등장 속에서 신자유주의적 에너지 전환의 경로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멕시코에서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신자유주의 정권에서 민영화한 멕시코 전력공사(CFE)를 재통합하고 강화해서 파괴되었던 에너지 시스템을 개선하려고 했습니다. 2023년에는 스페인 다국적기업으로부터 13개의 발전소를 재공영해 멕시코 전력공사의 발전 점유율을 크게 늘렸습니다. 2024년 6월 대선에서 오브라도르를 계승한 셰인바움이 당선되었습다. 새 대통령은 에너지 주권과 국영기업을 강화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을 약속했습니다. 에너지민주주의노조네트워크는 그 외에도 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우루과이 등지 라틴아메리카의 다양한 노동조합과 함께 공공적 경로를 통한 에너지 전환을 위해 투쟁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국 측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쟁점을 드러내고 우리의 과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주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사기업과 시장을 통한 민영화된 방식의 에너지 전환이 ‘표준 사례’로 소개되고 있고,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해외자본과 대기업이 전면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닻을 올린 공공재생에너지운동이 어떻게 발전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다수였습니다. 한편으로는 발전부문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한 정의로운 전환 투쟁이,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과 각계에서 민영화된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문제제기와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국의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은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커다란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대안은 세계의 진보적인 노동운동 및 기후정의운동과 함께 호흡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 각지의 운동과 제도적 진전에서 한국의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이 한 발 나갈 수 있는 디딤돌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희망은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이 강화되는만큼 커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길에 기후정의동맹도 힘차게 함께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