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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이야기 이모저모 #7 907기후정의행진, 행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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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이야기 이모저모 #7
907 기후정의행진, 행진이야기!
/은혜 (기후정의동맹 사무국 활동가)
폭염경보가 울리던 추석, 올 해 여름은 유독 이례적이었습니다. ‘이례적 일상’에 적응하는 시절이네요. 9월 7일 기후정의행진도 그래서 쉽지 않았습니다. 무더위에 집회와 행진이 지연되며 체력 고갈로 이탈하고 귀가하는 참여자도 많았어요. 907기후정의행진에 함께 해주셨던 분들 모두 별일 없으셨는지 궁금해집니다.
이번 행진은 날짜가 유독 빨랐죠? 9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다른 대중 집회가 잡혔고, 그 전 주는 추석이고 하니 결국 준비 기간이 예년보다 3주나 이르게 잡혔던 거에요. 실무를 하는 집행위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지요. 작년 재작년보다 적게 모일 거라는 예측이 집행위 내부에 있기도 했습니다. 준비기간이 짧았기에 ‘충분히 알려냈나’ 반신반의하기도 했고 그동안 해오던 강북권이 아니라 ‘강남'이라는 장소가 어떻게 다가갈지 예측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가 있었달까요. 그러나 당일, 신논현역부터 강남역까지 끝이 안 보이도록 채워지는 도로를 마주하며, 예측이 틀렸다는 것을 아주 기쁘게 받아들였습니다. 올해, ‘3만’이라는 많은 이들이 기후정의행진으로 모였습니다. 보수적 예측으로 집회의 스피커 배치가 충분하지 못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 아쉽고, 그렇습니다. (옹졸한 배포(?)를 지닌 이 활동가들을 용서하소서…)
행진팀 이야기
저는 작년에 홍보팀을 했었는데 올 해는 행진팀으로 결합했습니다. 행진 준비의 후반부에는 말 그대로 혼이 빠져 ‘행진팀이 이렇게 일이 많을 줄이야!’ 탄식을 하니 2년째 행진팀을 맡고 있는 가원동지가 이제 알았냐는 듯이 코웃음으로 화답해 주었지요. 하긴, 당일 스텝만 100여명이 넘는 대규모 집회와 행진인데, 그것을 무려… 합을 맞추어보지 않은 이들이 모여! 팀을 이루고, 그런 팀들이 또 모여 서로 합을 맞추며 3개월 안에 준비해야 합니다. 더불어 600개 이상의 단체가 모인 조직위원회의에서 여러 쟁점을 토론하고 계획의 승인/합의도 진행합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어떻게 한 거야' 싶은 마음, ‘함께 한 모두 참 애썼다!’ 싶은 마음이 들어요.
행진팀에는 ‘집회반, 행진반, 부스반으로 크게 세 개로 나누어 진행되었는데요, 저는 행진반에서 역할을 맡았답니다. 작년 행진의 평가문서, 그리고 동료들과의 토론을 통해 올해는 1.차량 스피커를 넘어, 행진 구석구석에서 다양한 행진 참여자들의 외침이 터져 나올 수 있도록 촉진할 것 2. 다양한 외침과 더불어 조직위원회의 기조와 요구도 함께 드러낼 것 3. 강남이라는 장소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현장을 조직하고, 이를  뾰족하게 드러낼 것 이 세가지를 그리면서 행진을 기획, 준비 했어요. 행진 참여자들이 스피커에 귀 기울이고 구호를 따라외치며 집회/행진의 수용자로 고정되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넘나들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이전의 평가를 반영한 것이에요. 그리고 그간 행진에 참여한 사람들 중 실제로 행진의 기조나 요구안은 잘 모르고 참여한 경우도  많은데, 조직위의 기조와 요구가 더 멀리 가닿으면 좋겠다는 고민, 그리고 이견이 존재했던 ‘강남’이라는 장소에서  행진을 진행하는 만큼 이 공간을 잘 활용해야 했어요. 그래서  이번 행진에는 새로운 변화들이 좀 있었어요. 차량 대수를 작년보다 줄이고(8->6대), 행진 대오마다 이동식 마이크를 쥐고 구호를 외칠 단체와 공연팀을 모집했어요. 12명의 구호이끄미, 그리고 4팀의 공연이끄미 자원으로 이끄미팀이 구성되었죠. 그리고 907 행진의 세 기조을 선전할 3개 거점을 행진 경로 중에 배정하고, 그 곳에서 사다리에 올라 힘있게 선동해줄 동지들을 조직했어요. 두 거점, 쿠팡과 포스코에서는 풀칠 행동도 이루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이 있었습니다. 노동자가 사망하는 노동조건을 만드는 쿠팡은 제지받지 않는데, 구호를 담은 종이를 밀가루 풀에 발라 붙이는 이들은 곧바로 물리적으로 제압되며 기업의 외벽이 보호받는 장면은 단적으로 우리 사회를 드러내는 것 같았습니다.
올해의 9월은
행진이 해를 거듭하니 이제 각자의 계획과 사업을 가지고 상반기부터 준비하며 9월행진을 유의미한 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동물권-반종차별 운동 활동가들은 ‘기후위기에 저항하는 동물들의 행진' 조직위원회를 모집해 토론회, 사전집회 등을 조직하며 9월 행진을 맞이했어요. 350여명이 이날 동물들의 행진으로 함께 했다고 합니다. 전쟁없는세상의 활동가들은 반전평화를 상징하는 커다란 평화탱크 조형물을 제작해 함께 행진했고, 행진 경로에 위치한 방위산업체 규탄을 위한 액션을 진행했어요. 이를 위해 수십명의 피스메이커를 사전에 조직하기도 했죠. 각자의 선언과 기자회견, 준비모임, 선전전 등 이제는 집행위에서 파악하지 못할 크고 작은 행동들이 9월 앞뒤로 일어나고 있는 거지요. 이 날을 매개로 참 많은 이들이 새로운 관계로 엮이고, 이렇게 엮인 관계들이 만들어나갈 사건(?)들을 상상해보면 9월 기후정의행진이 단순히 하루를 치르는 연례행사가 아니라 기후정의운동의 대중운동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믿어봅니다. 최근 홍천의 양수발전소 반대 투쟁 집회에 연대하러 갔었습니다. 발언 중 “풍천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보면, 세상에 정말 나쁜 놈들만 많은 것 같은데 907 행진에 가보니 이에 맞서 싸우는 좋은 사람도 이렇게나 많구나 하고 용기와 힘을 받아왔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 싶네요.
최근 발행된 907기록 영상을 돌아보며 궁금해졌습니다. 행진 당일 얼마나 많은 이들이 마이크를 잡고 외쳤을까? 세어보니 대략 75명이 넘더라구요. 이렇게나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싸우고 있는 참 많은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우리의 싸움이 모두 연결되어 있음에 동의하고, 세상을 바꾸자고 함께 외칠 수 있는 공간인 기후정의행진이 새삼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이렇게 넓어지고 확장되며 연결되어온 만큼 비판과 논쟁도 생겨났습니다. 조직위원회의에서 지난 총선 위성정당 참여 정당의 907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 참여 제척 건이 제기되었습니다. 제척에 관해서는, 2차 조직위원회의라는 한정된 시간안에 결론을 내기위해 회의 막바지에 표결을 했고 결국 제척하지 않는 결론이 났습니다. 토론 중 제척 반대 입장의 경우 위성정당 참여를 용인하자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동료로서 토론해가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입장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기 위해 이 기후위기와 불평등체제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보수양당에 제대로 맞서 싸우기 위한 토론과 실천이 더 중요해집니다. 입장이 다른 서로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펼치고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고요. 조직위원회는 너무나 많은 단체와 운동이 함께 하고 있고, 각자에게 중요한 의제와 우선순위도 다릅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원칙과 방향에 관해서는 토론의 공간을 성실하게 열어낼 의무가 있습니다.그렇기에 이후에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표결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합의점에 다다를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리에게 놓인 조건과 정세를 냉철하게 마주하고, 동시에 현실 너머를 상상하며 끊임없이 서로를 조직해나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그리하여 내년 9월까지
당일 집회부터 행진까지 모두 함께한 이라면,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라는 슬로건을 족히 백번은 목이 터져라 외쳤을 겁니다. 그렇게나 많이 모였던 우리의 힘으로 지금 무엇을 바꾸고 있나- 하면 당장 손에 무언가가 잡히지는 않습니다.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와 윤석열 정부의 핵 진흥 정책에 맞서 탈핵, 탈화석연료 그리고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향한 대중 투쟁을 시작하자]는 행진의 기조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행진이 끝난 지금, 공공재생에너지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이들이 당장 무언가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의심이 가끔 들기도 하지만, 그럴 시간에 뭐가 되고 말고를 떠나서 일단 이대로는 안되니까, 바꿔야 하니까 바꾸자고 외치고 보자는 단순한 결론을 내봅니다. 우리에게 가능한 최선은 이 질문과 의심을 껴안고 더 자세히 고민하기 위해 계속해서 모이는 것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핵발전으로 기후위기를 돌파하겠다며 에너지 민영화에 공세적으로 나서는  윤석열 정부와 자본에 맞설 우리의 투쟁을 좀 더 부지런히 동분서주하며 우리가 바꿀 세상을 목격하길 소망해봅니다. 내년 9월이 다시 올 때 까지, 부지런히 조직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