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한 삶을 위한 권리, 기후정의운동이 만들자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 헌법재판소 일부 위헌 판결에 부쳐
8월 29일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의 제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기본법임에도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지 않아,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 모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긴 싸움을 시작한 이들의 노고가 일부 결실을 이루었다.
그러나 헌재는 ‘기후소송’으로 병합 심리된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모두 기각 또는 각하했다.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제8조 1항의 시행령도, 이에 근거한 부문별, 연도별 감축목표도 모두 헌법에 합치한다는 것이다. 헌재의 이번 판결은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없는 너무나 황당한 탄소중립기본법의 문제를 다시 확인했을 뿐이다.
헌법은 인간의 존엄을 위한 기본권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국가는 이러한 기본권을 보장할 책무가 있음을 명확히 규정한 가장 근원적인 법률이다. 그렇기 때문에 헌재의 판단은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치를 얼마나 올려야하는지, 해당 계획에 빈틈은 없는지 검토하는 게 아니라,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국민의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위한 권리에 입각해 계획된 것인지 근본적으로 검토하는 판결이어야 했다. 더 나아가 국민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한국 정부의 국제적 책무를 분명히 하는 판결이어야 했다.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은 법안의 명칭에서도 드러나듯이, 경제성장을 ‘탄소중립’과 ‘녹색’의 방식으로 하겠다는 법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인간과 비인간 존재를 착취, 수탈, 파괴한 결과인 ‘기후생태위기’를 다시 녹색 자본주의로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후정의운동은 자본주의 체제라는 전제와 틀 안에서 무엇이 가능한지를 따져 묻는 운동이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 모두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권리에서 출발해 이 사회를, 세계를 새롭게 구성해나가는 운동이다.
헌법재판소는 ‘인간의 존엄을 위한 기본권’이라는 소중한 나침반이 있었음에도 기후위기를 초래한 자본주의 체제 바깥으로 단 한발자국도 내딛지 못했다. 이번 헌재의 판결로 우리는 분명한 진실을 다시 확인한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계획을 근본적으로 다시 수립하게 하는 힘, 대기업과 부유층에게 기후위기의 책임을 분명히 묻게 하는 힘, 우리의 일상을 지탱할 에너지와 주거, 돌봄과 의료의 사회공공성을 강화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가능케 하는 힘은 아래로부터 조직된 기후정의운동의 사회적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러한 투쟁 속에서만 우리는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세계를 열어내는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위한 권리’를 쟁취할 수 있다.
9월 7일, 함께 외치자.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2024년 8월 30일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