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요한 것은 재생에너지 민영화가 아니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정의로운 전환이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 발표에 붙여
핵발전에만 매달리던 윤석열 정부가 간만에 재생에너지 진흥 정책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매년 6GW씩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제시하고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러나 발표 자리에 함께 한 이들의 얼굴은 이 정책을 무엇을 위한 것인지 짐작하게 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와 삼성전자와 같은 민간 대기업의 대표들만 참여한 자리에는, 발전공기업은 물론이거니와 전력을 생산해온 발전노동자들 그리고 에너지협동조합을 통해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앞장 선 시민들은 없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그것으로 돈을 벌겠다는 기업들을 위한 정책임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도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같은 기업들이 함께 하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라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정부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 민영화의 길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해외 자본이 군침을 흘리며 투자하는, 민간기업들의 해상풍력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역할을 다짐했다. 국회에 계류중인 해상풍력특별법 통과를 지원하고 그 이전이라도 집적화 단지 제도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정부 주도’라는 말로 포장하면서 공공성이 확보되는 것인양 혼란을 야기하고 있지만, 정부가 나서서 민간 기업들의 돈벌이 사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발전공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는 외면하면서 민간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업만을 지원하는 것은 오히려 전력 민영화를 가속시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가 발굴하고 환경성과 수용성을 확보한 입지를 민간 기업들에게 갖다 바쳐 편하게 돈을 벌어가라고 부추기는 정책이 아니다. 반대로 국가가 지자체 및 시민들과 협력하면서 발전공기업을 통해 직접 투자하고 소유하는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인 공공운수노조 HPS지부가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며 남부발전을 상대로 파업투쟁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아가 윤석열 정부는 전력산업 전반의 민영화 구상까지 거리낌없이 드러냈다. 정부는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했던 PPA 제도(한전을 빼놓고 발전사업자와 소비자가 직접 전력 구매 계약을 맺는 제도)를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민간 주도의 재생에너지 거래 시장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외의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압력을 받는 기업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재생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손쉽게 이윤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전이 독점한 전력 판매 사업을 전면적으로 개방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PPA제도의 예외적인 도입 때부터 우려했던 전력산업의 우회적 민영화가 본격화되려는 흐름이다. 이렇게 전력산업의 공공성을 확보, 유지하기 위한 기반인 한전이 계속 약화되면,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전력의 보편적인 접근권도 함께 약화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재생에너지 전환은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삶과 생존에 필요한 전력을 깨끗하고 정의롭게 그리고 지불가능한 가격으로 모두에게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2024. 5. 21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