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논평] 해상풍력, 공공재생에너지로 첫 단추부터 다시 끼워야

파일과 미디어
[논평] 해상풍력, 공공재생에너지로 첫 단추부터 다시 끼워야.pdf
114.8 KiB

해상풍력, 공공재생에너지로 첫 단추부터 다시 끼워야

수익성이 떨어져서 아니고 수익성만 좇아서 문제
1.
최근 부유식 해상풍력의 모델로 주목 받아온 울산의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연달아 불발되며 충격을 던졌다. '1호 REC 사업자 선정'으로 유명한 에퀴노르의 <반딧불이 프로젝트> REC 매매 계약 체결 실패에 이어 ‘국내 1호 부유식 발전사업자’의 상징성을 가진 <귀신고래 프로젝트>까지 철수를 결정하며 관련 업계의 충격이 크다는 소식이다. 벌써부터 이를 두고 관련 업계는 ‘사업성 악화’, ‘정권마다 바뀌는 에너지 기조’, ‘빡빡한 인허가’ 심지어 ‘관치산업의 실패라는 용어까지 쓰며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한 공적 지원과 규제 완화를 압박하고 있다.
2.
그러나 잇따른 해상풍력 사업의 좌초 원인은 ‘사업성 악화’가 아니다. 오히려 원인은, 국가의 기간산업을 민간 그것도 해외 자본과 기업에 맡겨두고 그들이 사업성이 떨어졌다고 철수하면 휘청거리는 재생에너지 산업 구조에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부 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되게 이어온 한 가지 기조가 있다. 바로 ‘시장에 맡긴다’이다. 그러니까 해상풍력 사업이 제자리 걸음인 것은 시장경제를 안 해서가 아니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국가 에너지 인프라를 수익성이 나와야 움직이는 ‘시장에만 맡겨 둔 재생에너지 정책’의 실패다.
3.
해상풍력은 1GW당 약 5조 원에서 8조 원까지 투입이 되어야 하는데, 정부가 투자를 안 하니 이 정도의 대규모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곳은 해외투기자본 뿐이다. 그러다 보니 해상풍력 투자 자본의 거의 대부분은 해외자본이 장악했고(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은 해외자본이 100%) 전체 해상풍력 발전사업허가 중 해외자본의 사업 수가 55%다. 전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업황 악화 속에서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해상풍력 사업의 철수가 발생하고 있는데, 울산만이 문제이겠는가? 업계의 주장대로라면 정부는 업계가 원하는 수익률이 나올 때까지 규제를 완화하고 공적 지원을 해야만 하는가?
4.
업계에 휘둘리고 있는 정부는 이미 작년 12월 환경성 평가의 두 기둥인 환경영향평가법과 해양이용영향평가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기업의 장애물을 계속 치워주는 해법이 거듭된다면 그때마다 파괴되는 것은 환경과 지역사회와 공공성이 될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환경과 지역사회를 파괴하는 해법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재생에너지의 신속한 확대, 정의로운 전환 동시 해법은 결국 공공재생에너지
1.
지금 정부의 역할은 중요한 기로에 있다. 해상풍력 사업에서 해외자본, 해외기업의 축소, 철수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해당 기업이 한 가지 프로젝트에만 관여한 것이 아니라 다른 주요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사업자이기도 하다. 정부는 민간에 기대어 수시로 흔들리고 좌초되는 재생에너지 정책을 고수해선 안 된다. 한국은 이미 전력산업을 책임져온 발전공기업들이 있다. 발전공기업은 부지를 포함한 대규모 자산과 인력, 기술력, 노하우를 모두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에 손을 놓고 있다(재생에너지 사업에서 발전공기업은 10%에 불과하다).
2.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주력이었던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는 국면에서 발전공기업과 그 협력사의 발전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발전공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들조차 LNG복합발전소로 100% 재배치되는 것이 아니고, 더구나 협력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 가능성도 현저히 낮다. 정부나 발전공기업은 이들의 고용안전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고 있지도 않다. 기껏 내놓은 정책들이 온갖 교육들이다. 교육을 받아서 일해야 할 일자리가 없는데 교육이 무슨 소용인가.
3.
한쪽에선 수많은 숙련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떨고 있는데,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선 역시 언젠가는 닫아야 할 LNG복합발전에 몰두하며 재생에너지 확대에 손 놓는 발전공기업, 어불성설이다. 정부는 발전공기업이 석탄발전소를 폐지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의 주축이 되는 판을 새로 짜야 한다. 해외 자본과 기업이 철수하고 있는 해상풍력 사업을 발전공기업이 맡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정부는 해외 자본의 해상풍력 사업 철수가 새로운 위기가 아니라 오랜 시장중심 정책의 실패임을 직시하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에 맞는 계획적이고 신속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전면에 세워야 한다. 작년 7월 5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는 공공재생에너지법이나 작년 말 발의된 공공재생에너지법 법안이 규정하고 있듯이, 재생에너지 발전에서 공공재생에너지가 담당해야 할 목표(설비용량 기준 50%)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한 재원 투자 및 분할되어 있는 발전공기업들을 통합해 재생에너지 전환의 핵심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의 풍력 등 재생에너지 목표 그리고 온실가스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빠르고 올바른 길이다.
2026년 1월 15일
공공재생에너지연대
[참고]
앞서 쉘코리아도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문무바람 프로젝트의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에퀴노르: 노르웨이의 국영 에너지기업
바다에너지: △맥쿼리 계열의 해상풍력발전 전문 글로벌 기업 '코리오 제네레이션'(42.5%) △프랑스계 글로벌 에너지기업 '토탈에너지스'(42.5%) △SK그룹 계열의 친환경·신재생에너지기업 'SK에코플랜트'(15%)가 주주로 참여
에퀴노르와 바다에너지가 연관된 해상풍력 사업 규모는 기존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해상풍력 설비 보급 계획의 16%를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