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고 김충현 노동자 사망 사고, 석탄발전소 폐쇄와 무관할 수 없다
정부가 약속한 ‘재발 방지 협의체’는 ‘정의로운 전환’ 대책 논의하라.
6월 2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던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다. 노동자 사망 이후 구성된 “태안화력 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파편화된 고용 형태 속 하청업체로 떠넘겨진 위험에 관한 제기를 지속해 왔다. 노동자들과 함께 발전소 현장 안팎에서 싸우며, 여전한 위험의 외주화·발전소 폐쇄를 빌미로 한 일방적 해고 등을 알려 왔다. 그러한 사회적 압박에 정부는 6월 18일, 대책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사한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그 협의체는 고용노동부(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등이 참여한다고 한다.
대책위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는 협의체 구성을 통해 △故 김충현 사망사고 진상규명 △故김용균 특조위 권고사항 이행점검 △발전소 폐쇄 국면 노동자의 총고용보장을 대정부 협의체 의제로 요구해왔다. 또한 과제 이행을 위해 노동부와 산자부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기재부) 역시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협의체 논의 대상을 “재발 방지”로 얘기했다. 석탄화력발전소 본격 폐쇄를 앞둔 지금, 발전노동자 총고용보장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비롯한 정의로운 전환의 방향·방법은 포함되지조차 않았다. 기재부도 협의체 참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가 차원의 예산을 관리·편성하는 역할을 위임받아 수행하는 핵심 주체가 빠진 것이다. 더군다나 기재부는 그동안 “혁신”이라는 명목으로 경상경비 예산 감소 등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강행해 온 기관이기도 하다. 그들의 일방적인 예산삭감에 제동을 걸고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용을 지출할 수 있어야, 실질적인 대책이 작동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누락한 협의체 구성은 속 빈 강정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며, 변화에 대한 우리의 열망을 한정하려는 시도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동안 정부와 자본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명목 아래 각자도생을 강요해 왔고, 이윤추구라는 명목 아래 발전소를 비롯한 수많은 현장에서 민영화와 외주화를 가속했다. 다단계 하도급 등 쪼개기 계약으로 인한 불안정노동의 확산·안전보건관리 인력 및 예산의 감축은, 일터의 위험을 더 낮은 곳으로 전가했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발전 5사 발전소에서 일하다 사망한 6명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이번에 사망한 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역시,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 한전KPS의 하청업체 한국파워오엔엠 소속 노동자였다.
2025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1, 2호기를 시작으로 석탄화력발전소가 본격 폐쇄된다. 고(故) 김충현 노동자를 비롯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계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 속, 발전소 폐쇄에 따른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또한 원하청 고용구조가 발전소 폐쇄 흐름을 만나 더욱 극적으로 작동해 왔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보령이나 울산 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인원 재배치 현황만 보더라도 그렇다. 당시 한전KPS와 1차 하청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타 사업장으로 재배치가 이뤄졌지만, 2차 하청과 한전KPS 하청의 경우 계약 해지된 인원이 더욱 많았다.
한편, “발전소가 곧 문을 닫는다.”라는 명분은, 업체들이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명분으로 제시되고 있다. 단적으로 고(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가 속해있던 하청업체 한국파워오엔엠의 정원은 27명이지만, 현재 25명만 일하고 있다. 위험이 상존하는 작업장에서 정원에도 미달하는 노동자가 일하는 것은 다른 하청 업체도 마찬가지이며, 사고의 위험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발전소 운영이 중단된다는 이유로 인력 보충 없이 “방치된” 현장은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지만, 현재 각 발전소의 2차 하청업체별 인력 감축 현황이나 적정 인원 기준, 안전보건 실태 등은 전혀 공개되지 않지 않다.
국가 주도로 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 일자리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전환될 재생에너지 일자리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정한 일자리, 위험이 전가되는 일자리, 부족한 인원 속 높은 노동강도를 감내하게 하는 일자리가 되어선 안 된다. 석탄화력이든 태양광이든 풍력이든 무엇이 되었든, 전기 생산에 노동자의 피를 요구하는 일자리는 더 이상 존재하면 안 된다.
앞으로 노동부를 포함한 국가는 김충현 노동자의 재해조사 과정에서 한국파워오엔엠을 비롯한 수많은 하청 업체별 적정 인원 기준과 현황을 파악하여 공개, 개선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모든 노동자들을 직접 책임져 폐쇄에 따른 구조적 위험을 없애야 한다.
2025년 12월부터 발전소가 본격 폐쇄된다면, 그 이전에 충분한 인력 충원과 정부의 직접고용이 완료되어야 한다. 그것이 고(故) 김충현 노동자가 겪은 참사의 재발을, 폐쇄에 따른 구조적 생명 안전의 위협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기후정의동맹은 김충현 노동자를 비롯한 수많은 노동자의 죽음을 추모하며, 발전소 노동자의 정의로운 전환 투쟁에 계속 함께할 것이다.
2025년 6월 19일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