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고] 반도체 산업 확장, 이대로 괜찮을까?
⑥ 정의로운 반도체 산업은 가능한가?
메가클러스터와 반도체특별법 추진 중단이 정의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는 길
이현정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정의로운 반도체 산업이란 게 가능한가? 몇 번의 토론회와 연속기고를 준비하며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 뜨거운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생각이 났다. 반도체 산업의 물, 전기, 광물 등 자원 소비량,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노동자들의 건강위협, 공공 통재가 어려운 구조 모두 '정의'롭지 못한 요소들이 가득한 반도체 산업이 정의롭다는 건 애초에 뜨어운 아아처럼 형용모순이 아닐까.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해 가-불가 단정적인 대답을 내놓기보다는 우리는 모두 정의로운 반도체 산업을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다소 윤리적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미 십 수 만명의 사람들이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그 가족들이나 주변지역 주민들까지 포함하면 반도체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수 십 만 명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재에서는 오히려 향후 반도체 산업 전반이 보다 정의로워지기 위해서라도 지금 추진되고 있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고, 반도체특별법은 폐기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 이렇게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 물과 전기를 공급하고, 규제를 완화하고, 혜택을 몰아주고, 지역주민들을 몰아내고,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험에 빠트리고, 주변 지역에 오염과 위험을 전가해가면서까지 '올인'했음에도, 경제적으로도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렇게 된다면 우리에겐 '정의로운 반도체 산업'은 커녕 '부정의한 산업실패'만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향후 30년 이상 국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로를 눈 앞에 두고 있고, 아직 초입인 지금이 이 경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