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고] 함께 갑시다, 창원과 태안으로! 정의로운 전환 5.31 대행진
기후도, 노동자도 살리는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폐쇄 예정인 화력발전소들... 5월 31일 노동자 시민 대행진이 기다려지는 이유
태안화력발전소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송상표
20년 전 나는 태어난 지 열흘 밖에 안 된 큰아이와 산후조리도 끝나지 않아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내를 두고 태안으로 향했다. 2005년 1월 17일, 아내는 애써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 너머 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가장'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의 업무는 첫날부터 쉽지 않았다.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렀고 특히 발전소를 멈추고 진행하는 'OH(오버홀)' 작업은 말 그대로 극한의 노동이었다. 새벽에 출근해 밤 12시가 넘어 퇴근하고, 씻고 자리에 누우면 어느새 다시 새벽. 극한의 노동은 주말도 없이 반복됐다. 새벽에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니 아내와 아이의 잠든 모습만 볼 수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행복했다. 일할 수 있었고, 가족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발전노동자들의 일터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2025년 12월 태안 1호기를 시작으로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순차적으로 폐쇄될 예정이다. 정부는 기후위기와 탄소 중립을 이유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추진하고 있지만, 발전소 폐쇄로 고용불안에 놓이게 되는 발전노동자의 삶을 지키는 고용에 관해 고민하는 흔적은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동안 발전노동자들은 국민에게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하며 대한민국 산업과 국민 생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고 나름 자부심도 있었다. 필요할 때는 '산업역군'이라 부르더니, 이제는 쓰다가 버려지는 '소모품'이 되는 것 같아서 비참하고 힘들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는 단순히 발전소 문 하나 닫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수천 명의 발전노동자의 삶과 일터, 가족의 삶과 일상, 지역사회와 경제가 함께 멈추는 일이다. 발전소가 사라지면 가게는 문을 닫고, 거리는 텅 비며,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사라진 태안은 공동화되고 결국 소멸 도시가 될 것이다.
이 때문에 발전노동자들은 기후도 살리고, 노동자도 살리고, 지역도 살리는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고 수년 전부터 외쳐 왔지만 대한민국 정부도, 충청남도도, 태안군도 발전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침묵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 이것은 비단 태안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