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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250331 산불을 참사로 만든 체제를 청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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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을 참사로 만든 체제를 청산하라!

-산불로 희생된 모든 생명을 추모하며, 피해를 입은 이들의 조속한 회복을 기원합니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산불로 전국이 화마에 휩싸였다. 3월 30일 기준 30명이 산불로 사망하고, 45명이 부상을 입었다. 산불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피해자와 부상자의 회복을 간절히 기원한다.
소방 당국 및 지역사회의 희생과 헌신으로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5개 시군의 주불이 진화되었지만, 집과 농경지를 비롯한 삶의 터전, 문화유산이 전소되었고, 1만 7천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산불로 인한 피해는 2000년 4월 강원도 산불, 2022년 3월 동해안 산불을 넘어 연평균 삼림 소실 면적은 4천ha(헥타르)의 12배에 달하는 4만 8천ha(헥타르)에 이른다.
전 세계적 기후위기는 이번 산불이 참사로 이어지는데 일조했다. 이상기후로 기온이 상승하고, 대기가 건조해지고 산과 숲은 메말라가지만, 산불 예방에 절실한 봄비 대신 찾아온 것은 난데없는 폭설이었다. 기후위기가 날린 불씨는, 안전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체제에서 사회적 참사로 번져나갔다. 예고된 재앙에도 불구하고 재난 대응 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산림청은 산림을 보전하고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기보다 삼림 개발과 경영에 치중해왔다. 매년 수백억이 투입되는 ‘산가꾸기’ 사업은 산불 완화에 기여하는 활엽수림을 파괴하면서까지 삼림을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림으로 획일화하고 있다. 산불 대응을 명목으로 한 수천억 규모의 임도 조성은 오히려 산불 확산과 산사태를 가속하고 있다.
산불 진화의 최전선에 있는 소방대원의 열약한 처우는 안전이 비용과 이윤의 영역으로 간주될 때, 공동체의 안녕과 공공성이 처참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생생한 증거다. 산불 진화에 투입되는 산불 예방진화대원 대다수가 고령의 단기 계약직·최저임금 노동자다. 특수보호장비조차 지급받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산불 진화의 모든 책임이 떠맡겨진 결과, 그 결말은 산불진화대원 3명과 공무원 1명의 죽음이었다.
극우세력은 산불을 수습하고 피해자들의 아픔이 회복되기도 전에 벌써부터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다. 동시다발적 산불의 원인이 간첩과 중국인의 의도적 방화라 선동하는가 하면, 급기야 광장의 민중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광화문, 남태령 등 윤석열 퇴진시위에 경찰력이 대거 투입되며 산불 진화와 피난민 구조에 필요한 인력에 공백이 생겼다는 것이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며 재일 조선인 학살을 정당화했던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의 거짓선동, 올해 초 미국 캘리포니아 대화재의 원인을 ‘좌파 환경주의자’들의 생태계 보전 정책으로 돌리며, 도시의 소화전이 고갈될 정도로 물과 땅을 사유화해온 대농장 재벌의 횡포에 눈을 감았던 트럼프의 엉터리 논리까지,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고 기후위기의 책임을 부정하는 극우들의 공세가 다시금 반복되고 있다.
산불에 책임이 있는 자들이 있다면, 그것은 지금의 기후재난을 초래한 이들이다. 내란수괴 윤석열, 한덕수, 최상목을 비롯한 윤석열 정권의 내란공범들, 그리고 이윤을 위해 끊임없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생태계를 파괴해온 재벌들이 바로 그 범인들이다. 지금의 ‘예비비’, ‘추경’ 쟁점에 앞서 윤석열 정권은 2023년 소방예산 삭감을 시작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생태계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예산을 줄줄이 삭감했다. 신림동 침수,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아리셸 참사까지, 각종 기후재난과 사회적 참사에 무능으로 일관해왔다. 자본과 정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을 비롯해 생태계를 파괴하는 온갖 토건사업으로 전 국토를 유린하였다.
기후위기, 그리고 기후위기를 낳은 이윤 본위의 체제가 철폐되지 않는 이상, 이번 산불이 불러온 참사는 홍수와 가뭄으로, 폭염과 폭설로, 그 어떤 형태로든 다시금 반복될 것이다. 재난의 본질을 흐리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위기를 전가하는 행위야말로 파국의 시점을 앞당길 뿐이다. 기후위기에 무능과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기후재난 대비에 필수적인 공공성을 무너뜨린 윤석열과 내란공범들의 비호 아래 극우세력의 유언비어는 힘을 얻고 있다. 더 이상 이들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 참사의 근본적인 수습은 내란세력을 청산하고, 공공성을 회복하여 기후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2025.3.31
기후정의동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