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가원
시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기후정의운동을 삶의 중요한 과제이자 실천으로 삼고 사는 인권활동가입니다. 지금 이 오픈마이크가 진행되는동안 윤석열 구속영장 심사가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구속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구속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오늘 여러분은 어떤 민주주의를 꿈꾸며 이 광장에 나오셨나요? 윤석열의 비상계엄 시도가 있은 후 이제 한달 조금 넘었습니다. 그 사이 우리 삶의 수많은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가 광장에 터져나왔습니다. 안정적으로 일하기는커녕 일 하다 죽고 다치는 일상을 이야기했습니다. 소득과 자산 격차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집 한 채는커녕 노후를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한 세상을 이야기 했습니다. 우울함과 박탈감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광장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지금의 윤석열 계엄 사태는 멀쩡히 굴러가던 민주주의가 무너진 사건이라기보다, 지금까지의 민주주의가 만들어온 위기의 결과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무엇인가요? 저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존엄하고 평등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정치 시스템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스템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의 존엄과 평등을 지향하는 공적 토대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주의의 위기는 주거, 의료, 교육, 에너지, 교통, 노동 등과 같은 평등한 삶의 기초가 되는 공적 토대가 결코 민주주의의 방식으로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생긴 위기이기도 합니다.
기후위기시대, 우리는 민주주의의 토대로서 기후정의를 고민해야 합니다. 오로지 ‘성장’과 ‘이윤’을 위해 더 많은 것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폐기해야 하는 자본주의 체제는 더 많은 화석연료의 사용과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기후위기를 야기한 시스템은 소수의 사람들에게 권력과 부를 집중시킵니다. 이것부터가 우리가 상상하는 ‘민주주의’ 의 모습과 너무 다르지 않습니까. 민주주의 안에서 탈석탄이라는 이름으로 발전노동자를 해고하고, 핵발전소를 짓고, 재생에너지 시장은 자본의 먹잇감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기후정의고 민주주의입니까?
시민 여러분,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는 무엇입니까. 비상계엄 이후 제도 정치는 이 민주주의를 완전히 말아먹으려고 하는 자들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척하면서 신자유주의를 추진하는 자들 사이의 싸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양자 사이에 사회변화를 가능하게 할 정치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 광장은 지금의 불평등한 세상의 질서를 바꿀 새로운 정치를 고민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광장에서 ‘윤석열 이전의 민주주의로 돌아가자’라는 말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금과 다른 민주주의, 지금과 다른 삶이 가능한 조건을 여는 정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변화는 그 어디도 아닌 지금 여기 모인 우리가 만들고 있고,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를 겪는 세계’에서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모두를 위한 투쟁을 우리가 열어갑시다. 투쟁!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