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한국정치’의 파산을 넘어 체제전환을 향한 우리의 정치를 조직하자
속보가 뜨는 순간, 모두가 가짜뉴스라고 믿어의심치 않았던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현실이었다. 그가 담화에서 밝힌 비상계엄 선포 이유는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계엄군인들이 무장을 하고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국회’였다. 계엄사령부 1호 포고령의 첫번째는 일체의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것이었고 이어지는 내용 역시 ‘모든 언론 출판의 자유 통제’, ‘파업, 태업 금지’였다. 이를 위반할 시에는 계엄법에 따라 총칼로 무장한 군인들이 국민들을 처단하겠다는 ‘협박’을 지난 밤 우리는 겪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시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이가 더이상 대통령 자리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국방부 장관이 계엄해제 이후 내뱉었다는 ‘중과부적’이라는 말에서 이들이 이미 시민들을 적으로 상정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은 ‘윤석열’이다. 지난 밤 6시간은 이를 전세계에 증명한 시간이었다. 윤석열은 지금 당장 사퇴하라!!
하지만 ‘비상계엄’은 우리에게 ‘죽비’가 되었다. 박근혜 탄핵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실망이 윤석열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윤석열 정권의 실정에 맞서는 ‘정치’는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입법부와 행정부의 막무가내식 정치는 급기야 ‘비상계엄’으로 귀결됐다. 어쩌면 우리는 한국 정치에 대한 실망 그리고 각자도생조차 버거운 삶의 무게 속에 지독한 ‘정치 냉소’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정치와 민주주의가 우리 삶의 권리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에게 각인시켰다. 이제 윤석열 퇴진은 물론이고, 그 이후를 준비하자. 윤석열의 문제는 한국 정치, 한국 자본주의 체제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기후위기에 맞서 기후정의를 외쳐온 우리가 다른 무엇보다 ‘체제전환’을 외친 이유이기도 하다. ‘비상계엄’이 체제 작동불능의 한 모습이라면 이제 우리가 ‘체제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다른 체제를 구성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지구 행성에서 뭇 생명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생산하고 소비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가들에게 그 권력을 일임한 자본주의 체제가 국민의 기본권마저 총칼로 유린하는 상황이라면, 이제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운동은 ‘정치’와 ‘민주주의’의 경계와 지평 자체를 바꿔내는 싸움을 시작하겠다.
2024년 12월 4일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