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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230130 지금 난방이 생존권이라면, 공공성 강화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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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난방이 생존권이라면, 공공성 강화가 답이다

동절기 가정용 가스요금이 동결되었음에도 난방비 폭탄이 떨어졌다. 지난해 꾸준히 가스요금을 올린데다, 지난 12월이 유독 추웠기 때문이다. 올 1월도 우리는 기록적인 한파를 겪었고 엄청난 요금고지서를 받고서도 보일러를 틀어야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가스요금을 계속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가스공사의 9조원 미수금을 해소해야 한다는 이유다. 전기요금도 마찬가지다. 에너지 원가주의와 공기업 적자 해소 논리가 인간답게 살 권리를 위협하고 있다.
적자가 아니라, 필수 공공지출이다
이 추위에 적절한 난방은 생존권이다. 인간답게 생활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적정한 가격에 제공되어야 한다. 이는 에너지 원가가 높더라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지난해처럼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는 경우엔 한전과 가스공사에서 적자가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 적자는 필수 공공지출로서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지, 요금인상으로 필수재에 대한 접근권을 박탈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보장하는 것이 한전과 가스공사가 존재하는 이유다. 물론 특혜를 받아 저렴한 가격으로 에너지를 이용하고 있는 대기업들에게 비용을 부담케 하고 제도적 허점과 기회주의적 사업 관행으로 얻어낸 민간 에너지기업들의 초과이윤을 환수하여 공공의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전기, 가스, 수도, 교통과 같은 인프라는 삶의 필수재이자 사회공동체가 공동으로 이용하고 관리하는 공공재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요금을 대폭 인상하고 에너지 바우처를 통해 에너지 빈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에너지 바우처는 결코 에너지 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 애초에 지급 대상부터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노인, 장애인, 임산부, 한부모가정 등의 요건을 중복으로 충족해야해 매우 협소하며 제한적이다. 심지어 당장 계량기가 없는 쪽방과 고시원의 경우 바우처 대상에서 제외된다. 더 중요하게는 원가주의, 적자해소 논리가 불러온 요금인상이 '에너지 빈곤'을 구조화하고 확산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전기와 가스 요금고지서가 두려워 한파에 추위를 선택하게 해서는 안된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전기, 가스 사용을 공공이 보장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공공임대주택 보급을 통해 주거 빈곤과 에너지 빈곤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전환은 공공 주도 재생에너지로
정부는 이번 '난방비 폭탄'으로 나타난 에너지 위기가 핵발전에 대한 저투자에서 기인한다며, 핵발전 확대를 해결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신나간 소리다. 이번 에너지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화석연료와 핵발전에 의존한 대규모 에너지 소비 시스템에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해결 방향은 에너지 소비를 과감히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특히 이윤 추구와 과시적 소비를 위해 사용되는 기업들과 부유층의 에너지 소비를 과감히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획은 에너지가 사회공동체가 공동으로 관리하고 이용하는 공공재일때 가능하다. 가격인상으로 수요를 조절하겠다 바람은 기업과 부유층의 지불능력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특히 재생에너지가 모두에게 접근 가능한 에너지원이 되기 위해서는 상품이 아닌 공공재가 되어야 하며, 이는 공공 주도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그간 화석연료를 통해 막대한 이윤을 벌었던 재벌과 에너지 기업에게서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LNG 직수입을 통해 에너지 위기를 이윤 축적의 기회로 삼았던 민간 에너지 기업의 이윤을 환수해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가스공사의 적자가 아니라, 시민들이 추위에 고통받지 않는 것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가 이윤논리에 휘둘리지 않도록 에너지 생산과 유통을 공공이 책임져야 한다. 인간답게 살 권리마저 포기하라는 정부에 맞서, 에너지 위기를 이윤의 도구로 쓰는 자본에 맞서,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공공성을 새롭게 요구하자.
2023년 1월 30일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